thumbnail
thumbnail

비디오

완벽한 가족이라는 거짓말은 어디까지 지켜야 할까 —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남편의 외도를 발견했다면 그것보다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불륜이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두 부부가 비밀을 감추기 위해 점점 더 위험한 선택을 하는 과정을 통해 관계에서 진짜 무서운 것은 배신인지, 아니면 진실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낸 또 다른 거짓말인지를 묻는다.

미디어2026. 09. 28
사람들은 행복한 가족을 보면 부러워한다.

좋은 집, 다정한 부부, 잘 자란 아이. 함께 여행을 떠나고 기념일마다 사진을 남기며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가족.

하지만 우리는 그 가족의 행복을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의 박경희는 바로 그 질문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이다.

김혜수가 연기하는 경희는 자수성가한 인테리어 회사 CEO이자 인기 인플루언서다. 자신의 일상과 가족을 콘텐츠로 만들며 ‘행복한 가정’을 보여준다. 반면 이웃집 안수정은 피부과 원장이지만 남편 주보성과 진흙탕 같은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경희의 남편 임재홍까지 얽히면서 두 집의 평온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불륜이 가장 큰 문제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곳에서 멈추지 않는다.

한 번의 잘못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이 다음 거짓말을 만들고, 작은 비밀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더 위험한 선택으로 이어진다. 결국 불륜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뺑소니와 사건 은폐, 협박과 살인까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래서 제목은 꽤 정확하다.

정말로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니게’ 된다.

하지만 이 제목을 조금 다르게 읽어볼 수도 있다.

우리의 삶에서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문제였던 것이 그것을 숨기려는 마음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들킬까 봐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 관계가 깨질까 두려워 진실을 숨겼는데, 정작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처음의 실수보다 그 뒤에 쌓인 거짓말이 되기도 한다.

사람을 가장 깊이 망가뜨리는 것은 실수 자체가 아니라, 실수를 인정할 수 없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이 작품에서 특히 흥미로운 인물은 경희다.

그가 판매하는 것은 인테리어만이 아니다.

자신의 삶이다.

잘 꾸며진 집과 가족, 성공한 커리어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상적인 이미지를 제공한다. 그런데 카메라가 꺼진 뒤의 삶은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

이 설정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SNS에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올린다.

싸운 뒤의 얼굴보다 여행지에서 웃는 얼굴을 남기고, 실패한 하루보다 성공한 순간을 보여준다.

그것이 거짓말은 아니다.

다만 전부도 아니다.

문제는 어느 순간 보여주기 위해 만든 ‘나’가 실제 나보다 중요해질 때 시작된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 보이기 위해 웃고, 관계를 지키고 싶어서가 아니라 실패한 관계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붙잡는다.

그러면 삶은 조금씩 무대가 된다.

완벽하게 보이기 위해 살아가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조차 관객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반대편의 수정은 이미 관계의 파탄을 밖으로 드러낸 사람이다.

경희의 가족이 겉으로 완벽한 집이라면 수정과 보성은 실패가 밖으로 드러난 집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어느 쪽이 더 정상적인 가족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이 대비가 작품의 블랙코미디를 만든다.



겉으로 멀쩡한 사람이 더 큰 비밀을 가지고 있고, 서로 죽일 듯 싸우던 사람들이 더 큰 위기 앞에서는 기묘하게 손을 잡는다. 실제 최종화에서도 불륜으로 대립했던 경희와 수정은 예상 밖의 공동 위협 앞에서 공조하게 된다. 

삶도 가끔 그렇다.

어제까지 세상에서 가장 미웠던 사람이 오늘은 나와 같은 편이 되고,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의 사정을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된다.

사람의 관계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처럼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사랑하면서 미워할 수 있고, 배신당했지만 걱정할 수 있으며, 헤어지고 싶으면서도 상대가 불행해지는 것은 바라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가 흥미로운 것도 이 모순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도 완벽하게 결백하지 않다.

누군가는 불륜을 하고,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며, 누군가는 자신의 성공과 가족을 하나의 이미지로 포장한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인물들은 옳고 그름보다 ‘일단 살아남는 것’을 선택하기 시작한다.

이창희 감독이 제작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힌 것도 ‘불륜이 문제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인가’라는 중심점과 네 인물 사이의 균형이었다. 배우들 역시 사건이 한번 굴러가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각본의 속도를 작품의 특징으로 꼽았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사건은 일종의 눈덩이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하다.

그런데 한번 굴러가기 시작하면 점점 커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들은 자신이 왜 처음 거짓말을 시작했는지조차 잊어버린다.

그저 지금까지 만든 거짓말이 무너지지 않도록 다음 선택을 할 뿐이다.

이것은 관계에서도 익숙한 모습이다.

이미 마음이 떠났는데 부모님 때문에.

아이 때문에.

함께한 시간이 아까워서.

주변 사람들에게 실패한 결혼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우리는 때때로 관계 자체보다 관계를 둘러싼 이유들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완벽한 관계’를 만드는 능력보다 관계의 균열을 인정하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사랑이 변했다고 말하는 것.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

더 이상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것.

당장은 모든 것을 망치는 고백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감춰둔 균열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어진다.

진실은 관계를 깨뜨릴 수도 있지만, 거짓말은 관계가 이미 깨졌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정직하게 살라는 교훈으로 깔끔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끝까지 인간은 이상하고 모순적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가족을 지키려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같은 편이 된다.

그래서 웃기면서도 불편하다.

그 불편함 속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족은 완벽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다.

서로의 실수와 결핍, 때로는 보고 싶지 않은 얼굴까지 너무 많이 알아버린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에 더 가깝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없는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무엇을 선택하느냐일 것이다.

숨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인가.

아니면 엉망이 된 현실을 인정하고 그다음을 선택할 것인가.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제목처럼 불륜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더 큰 질문으로 향한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하는가.

사랑일까.

가족일까.

체면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괜찮은 나’의 모습일까.

어쩌면 행복한 관계란 문제가 없는 관계가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완벽한 척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에 더 가까울 것이다.

가족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완벽한 가족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네 탓 내 탓 할 때야?”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는 것은 중요하다. 책임은 사라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는 순간에는 때로 책임 공방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문제를 더 키우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이 만든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지키고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관계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해 보이는 관계인가?

글  :  미디어 에디터

EDITOR'S PICK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