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BIG Naughty(서동현) 〈노스탈지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소년이 지나온 자신에게 보내는 뒤늦은 안부
“그때 알았더라면.” 살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가정법 가운데 하나다. 그때 조금 더 용감했다면, 조금 덜 서둘렀다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우리는 앞으로 가면서도 끊임없이 뒤를 돌아본다. 그래서 미래를 꿈꾸는 일과 과거를 그리워하는 일은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BIG Naughty(서동현)의 〈노스탈지아〉는 바로 그 사이에 서 있는 노래다. 2026년 8월 31일 발표된 디지털 싱글로, BIG Naughty가 직접 작사하고 dress와 함께 작곡했다. 원곡과 함께 밴드 버전도 수록됐다. 제목인 ‘Nostalgia’는 보통 지나간 시절을 향한 그리움, 향수라고 번역된다. 하지만 서동현이 바라보는 노스탈지아는 단순히 “옛날이 좋았다”고 말하는 감상이 아니다. 아직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동경하는 마음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을 두려워하는 마음, 이미 지나간 선택을 되짚는 후회가 한곳에서 뒤섞인다. 곡을 소개하며 그는 우리가 미래와 내일을 꿈꾸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때 그걸 했더라면’, ‘그때 알았더라면’이라는 후회 속에서도 살아간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러나 곧 그때 몰랐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있고, 몰랐기에 아름다울 수도 있다고 시선을 뒤집는다. 그리고 후회를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예쁜 마음”으로 바라본다.

이 관점이 〈노스탈지아〉를 특별하게 만든다. 우리는 후회를 대개 부정적인 감정으로 취급한다. 과거를 붙잡지 말라고 하고, 지나간 일은 잊으라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은 후회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후회한다는 것은 어쩌면 과거의 내가 더 행복했으면 좋았겠다는 마음이다. 그때의 나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그 시절에 무엇이 부족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후회는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성장한 사람이 과거를 바라볼 때 생기는 시차일지도 모른다. 〈노스탈지아〉에는 서동현 자신의 시간이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열일곱 살, 무대라고는 장기자랑 정도밖에 경험하지 못했던 학생이 TV에 등장하고, 꿈꾸던 레이블의 일원이 된다. 이는 BIG Naughty가 2019년 Mnet 《쇼미더머니8》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고 음악가의 길로 들어섰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노래는 성공을 자랑하는 대신 그때의 소년과 지금의 자신 사이에 생긴 거리를 바라본다. 원하던 일을 하고, 자신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는데도 마음 한쪽에는 허전함이 남는다. 이 감정은 성공 이후에 찾아오는 질문과 닮았다. ‘내가 원했던 곳에 도착했는데 왜 아직 부족하지?’ 우리는 목표를 이루면 모든 것이 완성될 것처럼 생각한다. 좋은 대학에 가면, 취업하면, 돈을 벌면, 꿈을 이루면 불안도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면 또 다른 목적지가 보인다. 그래서 삶은 성취의 개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BIG Naughty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 역시 솔직하게 고백한다. 음악을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고, 그것을 들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남길 때 그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의식한다고 노래한다. 여기에는 창작자로서의 중요한 가치관이 숨어 있다. 음악은 완벽한 사람이 결과물을 내놓는 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사람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노스탈지아〉에는 실제로 그가 듣고 자란 음악의 이름도 등장한다. ‘24:26’, ‘MADE’, ‘11:11’, ‘파급효과’, ‘My City’ 같은 앨범과 음악의 기억을 꺼내며 자신의 성장기를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처럼 펼쳐놓는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음악을 중학생 때부터 듣던 팬이 대학생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의 추억을 듣고 자랐던 사람이 이제 다른 누군가의 추억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노스탈지아’의 의미는 개인적인 회상을 넘어선다. 우리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듣는 노래도 몇 년 뒤에는 특정한 시절을 불러내는 버튼이 된다. 매일 걷는 등굣길과 출근길, 친구와 먹었던 평범한 저녁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장면이 된다.

우리는 언제나 미래의 추억 속을 실시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짧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에게 필요한 위로에 가깝다. 서동현은 이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자신의 십 대와 그 시절의 어설픔을 돌아본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결정하고, 돈을 벌고,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아도 되는 삶.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이상하게도 서툴렀던 시절을 다시 그리워한다. 정답을 몰랐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었고, 실패의 무게를 지금보다 몰랐으며, 좋아하는 것 하나만으로 밤을 새울 수 있었던 시간. 그렇다고 〈노스탈지아〉가 과거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과거를 충분히 그리워한 뒤 앞으로 만들어질 추억까지 간직하자고 말한다. 향수가 뒤를 바라보는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까지 향한다는 점에서 이 노래는 묘하게 낙관적이다. 그리고 곡의 소개 마지막에는 아주 개인적인 문장이 붙어 있다. BIG Naughty는 “나의 엄마이자 영원한 나의 친구 노경희 여사님의 탄생을 축하드리며”라는 추신을 남겼다. 이 문장을 알고 노래를 다시 들으면 ‘시간’이라는 주제가 조금 다르게 들린다. 나의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시간도 함께 흐른다는 뜻이다. 우리는 자신의 나이 듦에는 민감하면서도 부모와 가족, 오래된 친구가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자주 잊는다. 그래서 노스탈지아는 단지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하는 감정이 아니다. 지금 곁에 있는 것들이 언젠가 그리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조금 다르게 살아볼 수 있다. 모든 선택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애쓰기보다 오늘의 어설픔을 조금 용서하고, 조금 늦더라도 자신의 속도로 걸어가며,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평범한 시간을 좀 더 오래 바라보는 것. 언젠가 오늘도 분명 그리워질 테니까. 후회하지 않는 인생은 शायद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후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이름으로 기억하느냐다. BIG Naughty는 그 이름을 ‘노스탈지아’라고 붙인다. 과거의 나를 미워하는 대신 그때의 서툶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나에게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그렇게 바라보면 후회는 더 이상 뒤로 잡아당기는 감정만은 아니다. 때로는 우리가 더 나은 내일을 바라고 있다는, 꽤 아름다운 증거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