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 전시
남편의 옷을 입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한 것들 — 연극 〈꽃의 비밀〉
남편 대신 남편이 되어야 했던 하루, 네 명의 아내는 거짓말과 변장을 거듭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마주하게 된다. 장진의 〈꽃의 비밀〉은 20만 유로 보험금을 둘러싼 소동극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웃음 아래에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온 여성들이 다시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밥 한 그릇에는 누군가의 사계절이 들어 있다 — 연극 〈쌀알의 노래〉
우리는 매일 밥을 먹지만 쌀 한 톨이 어떤 시간을 지나 식탁에 도착했는지는 자주 잊는다. 어린이 가족극 〈쌀알의 노래〉는 엄마 은정을 작은 볍씨로 되돌려 보내며, 사랑은 때때로 말보다 먼저 논에 물을 대고 잡초를 뽑으며 누군가의 밥을 마련하는 노동의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찬란함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더 아름답다 —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빛은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같은 풍경도 두 번 다시 완전히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은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이 소장한 인상주의·후기 인상주의 거장 11인의 원화를 통해 아름다움은 완벽한 대상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의 감각 속에서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메마른 마음에도 가끔 비가 내린다 — 연극 〈사막에도 가끔 비가 내립니다〉
어떤 시절에는 마음이 사막처럼 느껴진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을 것 같던 그곳에서도 누군가를 만나고, 몸을 움직이고, 웃다 보면 어느새 작은 씨앗 하나가 살아남는다. 연극 〈사막에도 가끔 비가 내립니다〉는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의 날씨가 되어주는 과정을 엉뚱한 유머와 줌바댄스에 담아낸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명령처럼 들리는 이 문장 앞에서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무엇을 바꿀 것인지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예술을 바라본 뒤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우리가 있기 전에도 세계는 찬란했다 — 〈생명의 기원: 사라진 세계들〉
공룡과 눈을 마주치고 고대의 바다를 지나기 훨씬 전, 지구에는 이미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생명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생명의 기원: 사라진 세계들〉은 35억 년의 진화를 45분의 몰입형 VR 여행으로 압축하며 “인간은 이 거대한 생명의 역사에서 어디쯤에 있는 존재인가”를 묻게 한다.
칼을 들었지만, 진짜 싸움은 마음속에서 시작됐다 — 뮤지컬 〈비더슈탄트〉
1938년 독일, 최고의 펜싱 선수를 꿈꾸던 열일곱 살 소년들은 자신들이 들어간 학교가 단순한 스포츠 학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뮤지컬 〈비더슈탄트〉는 거대한 역사보다 그 안에 놓인 작은 인간들을 바라보며 “나라면 그 순간 무엇을 선택했을까”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건넨다.
창문 너머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아이 —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친구 하나 없는 에반은 우연히 시작된 거짓말 덕분에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 〈디어 에반 핸슨〉은 그 불편한 역설을 따라가며 “사람은 얼마나 외로워야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라도 사랑받고 싶어지는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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