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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이 흘렀고 백기태는 자신이 원하던 권력에 훨씬 가까워졌다. 그러나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성공한 사람의 승리를 보여주는 대신,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왜 더 큰 욕망에 사로잡히는지를 1979년이라는 격동의 시간 속에서 바라본다.
사람은 원하는 것을 가지면 만족할까. 좋은 직장을 얻으면 더 높은 자리를 원하고, 돈을 벌면 더 많은 돈을 원한다. 처음에는 삶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던 욕망이 어느 순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욕망으로 바뀐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바로 그다음의 이야기를 한다. 시즌1의 백기태는 올라가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9년이 흐른 1979년, 현빈이 연기하는 백기태는 이미 중앙정보부 차장까지 올라 권력을 누리고 있다. 디즈니+가 공개한 시즌2 첫 회의 설명 역시 그를 ‘중정 차장이 되어 권력을 누리던 기태’라고 소개한다. 그런데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욕망은 더 커졌다. 시즌2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성공을 원하는 마음은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계속해서 더 높은 곳을 원하는 마음은 조금 다르다. 그때부터 욕망은 필요가 아니라 두려움과 연결된다.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정상에서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잃을 것도 많아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 성공은 불안을 끝내는 일이 아니라 더 큰 불안의 시작이 된다. 현빈은 백기태를 자신이 연기한 인물 가운데 욕망이 가장 강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저돌적인 욕망의 뿌리에는 어린 시절부터 쌓인 결핍과 부족함, 불안,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등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지점에서 백기태는 단순한 악당보다 조금 더 복잡해진다. 결핍은 때로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연료가 된다. 가난했던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은 성공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의 결핍을 현재의 성공으로 완전히 채울 수 있다고 믿는 순간 문제가 시작된다. 돈이 부족해서 불안했던 사람이 충분한 돈을 가진 뒤에도 계속 불안하다면, 이제 그가 해결해야 하는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백기태의 욕망도 그렇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그는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자신이 만든 세계가 커질수록 그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가도 커진다.

반대편에는 장건영이 있다. 시즌1에서 기태를 집요하게 추격했던 장건영은 모든 것을 잃은 뒤 다시 돌아온다. 씨네21은 시즌2의 핵심 구도를 ‘시스템을 잠식한 백기태’와 ‘칼을 품고 돌아온 장건영’의 재대결로 설명한다. 9년이라는 시간은 두 사람을 다른 곳에 세워놓았다. 한 사람은 올라갔고, 한 사람은 추락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과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백기태는 더 많은 권력을 얻기 위해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장건영 역시 자신이 잃어버린 것과 끝내지 못한 싸움을 품고 돌아온다. 그래서 두 사람의 대립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끝까지 간다는 것은 언제나 용기일까.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 끝까지 버티고, 다시 일어나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을 응원한다. 하지만 방향을 잃은 집념은 미덕이 아니라 집착이 된다.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위해 멈추지 않는지를 알아야 한다. 백기태와 장건영은 바로 그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시즌2가 배경으로 선택한 1979년도 의미심장하다. 10·26 사건과 12·12 군사반란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사건들이 이어졌던 해다. 우민호 감독은 실제 사건의 중심인물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그 격변을 주변에서 바라보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가상 인물들을 통해 시대를 바라본다. 정우성 역시 《남산의 부장들》이나 《서울의 봄》과 달리 이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하나의 장치로 활용하면서 제3자의 시선에서 인물들의 선택과 갈등을 살핀다고 설명했다. 역사가 흔들릴 때 누군가는 두려워하고, 누군가는 기회를 본다. 백기태에게 혼란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틈이다. 이것은 지금의 현실과도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가 어려워질 때 누군가는 동료를 걱정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자리를 걱정한다. 조직이 흔들릴 때 누군가는 함께 버틸 방법을 찾고, 누군가는 그 틈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상황은 같아도 선택은 다르다. 그래서 사람을 설명하는 것은 그가 어떤 시대를 살았는가만이 아니라, 그 시대가 흔들릴 때 무엇을 선택했는가인지도 모른다.


시즌2에서는 백기태와 장건영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이케다 유지는 조직의 일인자를 노리고, 천석중은 대한민국의 권력 중심을 향한다. 백기현과 최유지, 오예진 역시 각자의 욕망과 선택으로 더 커진 판에 들어온다. 시즌1보다 훨씬 많은 인물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이야기는 개인의 대결에서 권력을 둘러싼 군상극으로 확장된다. 결국 모두가 무언가를 원한다. 돈, 권력, 복수, 인정, 생존. 욕망이 없는 인간은 없다. 그래서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가 던지는 질문은 욕망을 버리라는 단순한 교훈과는 거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욕망의 주인이 누구인가다. 내가 욕망을 사용하는가. 아니면 어느 순간 욕망이 나를 사용하고 있는가. 우리는 종종 성공하면 불안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업하면, 돈을 벌면, 집을 사면, 인정받으면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하나를 이루면 곧 다음 목표가 생긴다. 삶에 목표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계속해서 다음 목표만 바라보다 보면 지금 가진 것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충분히 멀리 왔는데도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에게 성공은 도착이 아니라 영원한 추격전이 된다. 백기태가 보여주는 가장 서늘한 모습도 바로 그것이다. 그토록 원했던 힘을 손에 넣고도 더 큰 힘을 향해 달려간다. 정상에 가까워졌지만 정상은 계속 멀어진다. 그래서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권력에 관한 누아르인 동시에 ‘충분함’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얼마를 가져야 충분한가. 어디까지 올라가야 성공인가.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내 곁에는 무엇이 남아 있는가.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원하며 살아간다. 욕망은 삶을 움직이는 힘이다. 하지만 가끔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대신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올라갈 수 있다는 것과 올라가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짜 성공은 정상에 도착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에게 충분한 곳이 어디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