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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으로 올라가려는 백기태와 그를 끝까지 추적하는 검사 장건영. 《메이드 인 코리아》는 두 남자의 대결을 통해 성공을 향한 욕망이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고, 마침내 자신까지 집어삼키는지를 바라본다.
사람은 얼마만큼 가져야 충분하다고 느낄까. 조금 더 많은 돈, 조금 더 높은 자리, 조금 더 강한 영향력. 처음에는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남보다 위에 서기 위한 욕망으로 변한다. 문제는 욕망에는 도착지가 없다는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백기태는 바로 그 끝을 향해 달리는 사람이다. 현빈이 연기하는 백기태는 낮에는 중앙정보부 요원이고 밤에는 마약 밀수업자로 움직인다. 국가 권력의 내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 권력을 자신의 사업을 위해 이용한다. 그는 단순히 돈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돈으로 얻을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힘으로 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백기태는 흥미로운 악인이다. 현빈 역시 백기태가 잘못된 일을 하는 ‘나쁜 놈’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자신은 그를 단순한 악역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안에는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 복합성이 인물을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우민호 감독의 시선은 더 날카롭다. 그는 백기태를 “한국 사회가 만든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개인의 탐욕만으로 만들어진 인물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가 성공의 방식으로 가르쳐준 욕망이 한 인간 안에서 극단적으로 자라난 결과라는 것이다. 이 표현은 작품을 바라보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백기태를 단순한 범죄자로만 보면 이야기는 선과 악의 싸움으로 끝난다. 그러나 그가 시대가 만들어낸 인간이라면 질문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정말 백기태와 전혀 다른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가. 더 좋은 집, 더 높은 연봉, 더 빠른 승진. 욕망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원하기 때문에 사람은 움직이고, 때로 그 욕망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문제는 ‘더 많이’가 삶의 유일한 기준이 되는 순간이다. 백기태에게 돈은 목적이면서 동시에 다음 권력으로 올라가기 위한 수단이다. 하나를 얻으면 그 위의 것이 보이고, 거기에 올라가면 또 다른 꼭대기가 나타난다. 욕망은 그렇게 사람에게 계속 다음 층을 보여준다. 그 반대편에 정우성이 연기하는 장건영이 있다. 장건영은 반복되는 진급 누락에도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건을 파고드는 검사다. 중정의 힘이 검찰 내부까지 침투한 시대에도 백기태의 범죄를 추적한다. 백기태가 권력을 이용해 법의 바깥으로 빠져나가려 한다면, 장건영은 끝까지 그를 법의 영역으로 끌어오려 한다. 하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긴장은 단순히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을 배치하는 데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집요하다. 한 사람은 성공을 위해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은 그를 잡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 방향은 다르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 끝까지 달린다는 점에서는 닮았다. 그래서 이들의 대립은 욕망과 정의의 싸움인 동시에 인간을 움직이는 ‘집착’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우리는 흔히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칭찬한다. 끝까지 버티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고,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노력하라고 배운다. 하지만 모든 끈기가 미덕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달렸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향해 달렸는가다. 잘못된 방향이라면 빠르게 달리는 능력은 오히려 자신을 더 멀리 데려간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민호 감독은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했고, 그 근원을 1970년대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경제성장과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시대. 누군가는 부자가 되었고, 누군가는 권력을 얻었으며,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밀려났다. 성공이라는 단어가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지만 그 속에서는 돈과 권력, 국가와 개인의 욕망이 뒤엉켰다. 작품은 실제 1970년 요도호 납치 사건을 극 초반에 끌어들이는 등 역사적 사건을 허구의 서사와 접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시대는 단순히 멋진 정장과 오래된 자동차를 보여주기 위한 배경이 아니다. 인물의 욕망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주인공에 가깝다. 그리고 이 질문은 1970년대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늘의 우리 역시 끊임없이 비교하며 살아간다. SNS를 열면 누군가는 더 좋은 집에 살고, 더 좋은 곳으로 여행하며, 더 빠르게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면서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순간도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지금도 유효하게 읽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욕망을 없애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 나의 욕망인지 묻는다. 사회의 기준을 따라 달리다가 그것을 자신의 꿈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더 높은 곳에 올라가는 동안 무엇을 잃고 있는지. 욕망은 삶을 움직이는 연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을 잃은 욕망은 자신을 태워버리는 불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메이드 인 코리아》는 백기태라는 인물을 통해 그 경계를 집요하게 바라본다. 현재 공개 중인 시즌2에서는 시간이 1979년으로 이동한다. 백기태는 중정 차장까지 올라 권력의 정점에 가까워졌고, 반격을 준비한 장건영과 다시 충돌한다. 백기현 역시 형과는 다른 방식으로 권력의 꼭대기를 향한다. 결국 더 많은 것을 얻은 뒤에도 욕망은 멈추지 않는다. 그 사실이 어쩌면 이 작품에서 가장 서늘한 부분이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충분함의 기준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 돈을 버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얼마면 충분한지 아는 일이고, 성공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어디에서 멈출지 결정하는 일이다. 결국 삶에는 올라가는 능력만큼 멈춰 설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정상에 도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 올라가기 위해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