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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인맥을 ‘치트키’처럼 사용하는 재벌 3세 형사 진이수가 돌아왔다. 하지만 시즌2가 보여주는 진짜 플렉스는 가진 것을 자랑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힘을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데 있다.
돈이 많으면 세상의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까. 좋은 변호사를 고용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때로는 평범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도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돈과 권력이 공정함을 무너뜨리는 장면에 익숙하다. 그런데 《재벌X형사 2》는 그 공식을 반대로 뒤집는다. 돈 때문에 수사가 막힌다면 더 많은 돈을 쓴다. 인맥으로 도망치는 범죄자가 있다면 더 강한 인맥으로 쫓아간다.


안보현이 연기하는 진이수는 그렇게 움직인다. 재벌 3세라는 자신의 배경을 숨기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경찰이라는 새로운 정체성 안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시즌2에서는 전용기를 띄워 해외로 수사를 나갈 만큼 ‘플렉스 수사’의 규모도 커졌다. 겉으로 보면 통쾌한 판타지다. 하지만 그 안에는 꽤 현실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 특권을 가진 사람이 그 특권을 포기하는 것과, 그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책임 있는 선택일까. 진이수의 매력은 재벌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그 힘을 사용하는 방향에서 만들어진다. 돈이 범죄자를 보호하는 방패가 될 때 그는 더 많은 돈을 수사의 무기로 바꾼다. 그래서 《재벌X형사》 세계에서 돈은 선도 악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을 쥔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는가다.


시즌2에서 이수에게 새로운 변수는 주혜라다. 정은채가 연기하는 주혜라는 대테러팀 에이스 출신의 베테랑 형사이자 새 강력 1팀장이다. 자유분방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수와 달리 원칙과 경험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완벽한 파트너가 아니다. 제작진이 두 사람의 관계를 ‘혐관 선후배 케미’라고 표현했을 만큼 부딪치고 견제하면서 공조를 만들어간다. 좋은 팀은 처음부터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다. 서로 다른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위해 자신의 방식을 조금씩 조정할 때 팀이 된다. 이수의 방식은 빠르고 화려하다. 돈과 인맥으로 기존 수사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반면 혜라는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원칙을 중시한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수에게는 자신의 힘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사람이 필요하고, 혜라에게는 기존 방식으로 열리지 않는 문을 다른 방법으로 열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두 사람의 충돌은 결국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편하게 느낀다.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과 일하는 것이 쉽다. 하지만 때로 나를 성장시키는 사람은 나와 가장 다른 사람이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방법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 불편하지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세계는 조금 넓어진다. 시즌2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진이수가 더 이상 ‘우연히 형사가 된 재벌’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즌1의 이수에게 경찰이라는 직업에는 게임 같은 측면이 있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재미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쾌감이 컸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통과하면서 그는 자신이 가진 힘이 누군가의 삶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시즌2의 이수는 그 경험 위에서 움직인다. 그렇다고 완전히 진지한 영웅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슈퍼카를 타고, 돈을 쓰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성장한다는 것은 반드시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장점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알게 되는 것. 철없던 사람이 책임을 배운다고 해서 유쾌함까지 잃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재벌X형사 2》가 주는 위로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종종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욕망이나 능력을 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좋아하면 속물 같고, 성공하고 싶어 하면 이기적으로 보일까 걱정한다. 하지만 문제는 가진 것이 아니라 방향이다. 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보다 돈을 어디에 쓰는지가 중요하고, 권력을 가진 것보다 그 권력으로 누구를 보호하는지가 중요하다. 능력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힘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의 통쾌함은 그래서 단순한 재벌 판타지에 머물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의 틈을 이용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높은 벽이 누군가에게는 전화 한 통으로 열리기도 한다.


《재벌X형사 2》는 바로 그 불공정함을 판타지적으로 되돌려준다. 돈에는 돈으로. 빽에는 빽으로. 하지만 마지막에는 증거와 수사로. 이 균형이 중요하다. 진이수의 재력은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지 범죄자를 처벌하는 법 자체를 대신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의 쾌감은 ‘돈 많은 사람이 마음대로 하는 세계’가 아니라, 기존의 특권을 범죄자를 잡는 방향으로 뒤집는 데서 나온다. SBS 역시 시즌2를 수사가 막힐 때 재력으로 판을 뒤집는 진이수와 주혜라의 공조 수사극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수 역시 혼자가 아니다. 강력 1팀이 함께 움직이고, 새로운 팀장과 충돌하면서도 서로를 구한다. 실제 초반부에는 이수 주변의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지고, 이수와 혜라가 화염에 휩싸인 공간에서 함께 탈출하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달리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른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반복된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진 사람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것이 《재벌X형사 2》가 화려한 플렉스 뒤에서 놓치지 않는 감정이다. 결국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진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잃을까 두려워 움켜쥐는 대신 필요할 때 사용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능력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진이수의 ‘플렉스’가 통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가 돈을 많이 써서가 아니다. 쓸 수 있는 힘을 가지고도 결국 사람을 향해 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