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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 전시

오늘만큼은 시선의 주인공이 되어도 좋다 — 뮤지컬 〈헝키쇼〉

오늘만큼은 시선의 주인공이 되어도 좋다 — 뮤지컬 〈헝키쇼〉

미디어2026. 10. 07
로로바에서는 관객도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무대는 ‘Lolo BAR’다. 10년 전 플레어바의 전설로 불렸던 보스 ‘막걸리’는 과거 자신을 향했던 함성을 잊지 못하고 재기를 꿈꾸며 새로운 바를 준비한다. 하지만 함께할 사람을 찾지 못하던 어느 날, 개성 강한 남자들이 하나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칵테일 제조에 능한 유학생, 노래 잘하는 700만 유튜버, 느끼하지만 섹시한 남자, 여성 손님을 지키는 가드까지. 그렇게 보스 한 명과 다섯 명의 바텐더가 로로바의 문을 연다. 공식 홈페이지는 매일 1명의 보스와 5명의 바텐더가 공연하며 배우들이 1인 다역을 맡아 매번 다른 캐릭터 조합을 보여준다고 소개한다. 

줄거리만 보면 ‘바를 성공시키려는 남자들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헝키쇼〉를 일반적인 서사형 뮤지컬과 똑같이 읽기는 어렵다. 이 작품의 핵심은 사건의 결말보다 그 사건을 객석과 어떻게 함께 즐기느냐에 있다. 공식적으로도 ‘여성 전용 관객 참여형 공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관객 후기에는 “에너지와 열정을 받아가고 싶을 때 예약한다”, “취하고, 즐기고, 예뻐진 것 같다”는 반응이 소개돼 있다. 


〈헝키쇼〉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잘 짜인 이야기를 멀리서 감상하는 것보다, 내가 얼마나 거리낌 없이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가에 가깝다.

‘섹시함’을 누가 바라보느냐는 질문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단연 ‘섹시’다. 근육질 남성 배우, 춤과 퍼포먼스, 적극적인 플러팅과 관객 참여가 공연의 정체성을 이룬다. 만 19세 이상 여성만 입장할 수 있다는 관람 조건 역시 분명하다. 2026년 10월 현재 NOL은 공연을 90분, 만 19세 이상 여성 관객 전용으로 안내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전환이 생긴다. 대중문화에서 오랫동안 여성의 몸은 ‘보여지는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은 자신의 외모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끊임없이 의식하도록 요구받기도 했다. 그런데 〈헝키쇼〉는 그 시선의 방향을 노골적으로 뒤집는다. 이 공간에서 남성 배우들은 자신을 보여주고, 여성 관객은 보고 선택하고 반응한다.

물론 이것을 거창한 성 역할 전복이나 페미니즘적 선언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제작사가 작품을 그런 이론적 메시지의 공연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본질적으로는 즐거움을 목적으로 한 성인 대상 엔터테인먼트다. 다만 그 즐거움이 여성 관객의 욕망과 시선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흥미롭다.


욕망을 가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멋있다고 느끼고, 마음껏 웃고, 즐거움에 솔직해지는 것 역시 자신의 감각을 존중하는 방법일 수 있다.

관객이 조용할수록 좋은 공연이라는 규칙을 벗어나서

극장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공연 중에는 조용히 앉아 있고, 배우에게 말을 걸지 않으며, 박수칠 순간을 기다린다. 그러나 관객 참여형 공연은 그 질서를 바꾼다. 관객의 반응이 클수록 무대의 에너지도 달라진다. 공식 소개가 “같은 날은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배우의 1인 다역뿐 아니라 이러한 현장성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참여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평소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잠시 내려놓는 경험이 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웃음의 크기조차 조절하게 된다. 너무 들뜨지 않으려 하고, 튀지 않으려 하며, 때와 장소에 맞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렇게 ‘적당한 나’를 연기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헝키쇼〉의 90분은 정반대의 방향을 허락한다. 재미있으면 크게 웃고, 마음에 들면 환호하고, 배우의 플러팅에 적극적으로 반응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공연이라는 안전한 약속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어른에게도 가끔은 품위 있게 잘 지내는 시간보다, 아무 생각 없이 크게 웃고 소리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관객 참여’는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연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자신의 감각에 솔직해지는 것이 먼저다. 오늘 재미있으면 웃고, 설레면 설레는 것이다. 모든 문화생활이 깊은 교훈을 남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즐거웠다는 감정 자체가 충분한 목적이 되는 밤도 있다.

각자의 이름 대신 술의 이름으로 만나는 사람들

캐릭터의 이름도 공연의 세계관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막걸리를 비롯해 모히또, 진, 하이볼, 잭 다니엘, 발렌타인, 치치, 시바스 리갈, 정글주스, 깔루아, 마티니, 조니워커, 칭따오, 앱솔루트 등 배우들은 술과 칵테일의 이름을 가진 캐릭터를 오간다. 2026년 10월 현재 정철호, 한훈, 박휘범, 강태우, 김영돈, 김상엽, 임성목, 육현석, 이태현, 한제우, 장건우, 김대현, 최종관, 이준호 등이 공식 캐스트로 안내돼 있다. 

술의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이 공연의 목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각기 다른 술이 맛과 향, 취하는 방식이 다르듯 캐릭터들도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관객에게 접근한다. 누구를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지는 관객의 취향이다. 하나의 이상적인 남성상을 정답처럼 제시하기보다 여러 캐릭터를 한꺼번에 늘어놓고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취향에는 정답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굳이 다른 사람에게 납득시킬 필요도 없다.

이 단순한 명제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옷과 음악, 연애 상대와 삶의 방식까지 타인의 기준을 쉽게 빌려온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해야 할 것처럼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취향은 평가보다 발견에 가깝다. 무엇에 웃고, 무엇에 끌리며, 무엇을 즐거워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섹시 코미디가 건네는 의외로 단순한 위로

〈헝키쇼〉를 지나치게 철학적인 작품으로 포장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이 공연은 처음부터 섹시하고 유쾌하게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그런데 바로 그 가벼움이 위로가 될 수 있다. 모든 힘든 일을 분석하고 의미를 찾아야만 회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날에는 좋은 작품을 보며 오래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어떤 날에는 친구와 함께 크게 웃고 90분 동안 현실을 잊는 것으로 충분하다. 공연이 끝난 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그동안 몸과 마음에 쌓여 있던 긴장이 조금 풀릴 수 있다.


즐거움은 현실에서 도망치는 감정만은 아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갈 힘을 채우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헝키쇼〉는 2025년 4월 25일 스타스테이지에서 시작한 뒤 장기 공연으로 이어졌고, 2026년 6월에는 300회 공연을 기념했다. 9월 19~20일에는 타이베이 WEStar에서 공연하며 해외 무대로도 확장했다. 공식 홈페이지는 영어·중국어·일본어 자막도 제공한다고 안내한다. 

2026년 10월 7일 현재 NOL에는 리뷰 150개가 등록돼 있고, 공연 기간은 11월 30일까지로 열려 있다. VIP석 8만8천 원, R석 7만7천 원이며 수~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3시를 기본으로 공연한다. 다만 공식 홈페이지에는 11월 시즌2 개막을 별도로 예고한 자료도 있어 이후 회차의 구성과 캐스팅은 예매 시 최신 공지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결국 〈헝키쇼〉가 판매하는 것은 완벽한 남자에 대한 환상만은 아니다. 더 직접적으로는 ‘마음껏 즐기는 나’를 만나는 시간에 가깝다. 직장에서의 직책도, 집에서 맡은 역할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신경도 잠시 객석 밖에 두고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자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놀고 싶은지는 뒤로 미룬다. 때로 자신을 위한 밤 하나를 허락하는 것 역시 꽤 괜찮은 자기 돌봄이다.

“기분좋게 취하고, 섹시하게 취하고, 다같이 Cheers!”
거창한 교훈 대신 오늘 밤만큼은 눈치를 내려놓고 즐기라는 초대에 가깝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내가 아니라, 내가 즐거워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그것이 〈헝키쇼〉가 가진 가장 솔직한 매력이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밤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가장 먼저 무엇을 마음껏 즐기고 싶나요?

글  :  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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