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 전시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질 때, 예술도 삶도 새로운 풍경이 된다
우리는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평생 ‘무엇을 그릴 것인가’보다 ‘어떻게 볼 것인가’를 탐구한 예술가였다. 수영장과 풍경, 초상화처럼 익숙한 소재를 반복해서 그리면서도 매번 다른 시선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했다. 그는 카메라가 기록하는 하나의 시점보다 인간의 눈이 경험하는 수많은 시선을 더 진실하게 여겼다. 그래서 회화는 물론 사진 콜라주, 아이패드 드로잉, 디지털 기술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예술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했다. 《DAVID HOCKNEY : BIGGER & CLOSER》는 바로 이러한 그의 철학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현한다. 작품을 벽에 걸어두는 대신 거대한 공간 전체를 캔버스로 삼아, 관람객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 호크니의 시선을 직접 경험하도록 만든다. 전시는 그의 내레이션과 함께 약 60년에 걸친 작품 세계를 여섯 개의 장으로 풀어내며, 단순한 미디어 전시가 아닌 ‘예술가의 사고방식’을 체험하는 시간으로 완성된다. (라이트룸 울산) 가까이 볼수록 더 넓은 세상이 열린다


전시 제목에는 흥미로운 문장이 담겨 있다. ‘Bigger & Closer (not smaller & further away).’ 단순히 작품을 크게 보여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 가까이 바라볼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호크니의 예술 철학이 담겨 있다. 우리는 너무 익숙한 것들을 쉽게 지나친다. 매일 걷는 길, 계절마다 피어나는 나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까지. 호크니는 말한다. 세상은 지루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충분히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의 그림 속 나무는 살아 움직이고, 빛은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며, 평범한 풍경은 놀라울 만큼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온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제대로 바라보았는가.’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달라지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기술은 예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한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디지털 드로잉을 실험하며, 몰입형 미디어 전시까지 함께 만들어냈다. 그에게 기술은 예술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과 예술을 나누기 위한 또 하나의 붓이었다. 이번 전시 역시 첨단 프로젝션과 입체적인 사운드를 활용하지만, 기술이 주인공은 아니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호크니의 시선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언어다. 그래서 관람객은 거대한 영상에 압도되기보다 그림 속을 산책하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빛과 색, 음악과 움직임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그림은 더 이상 액자 안에 머물지 않는다.


색은 감정을 말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호크니의 작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선명한 색이 생각난다. 푸른 수영장, 분홍빛 하늘, 강렬한 초록 나무, 노란 햇살. 그의 색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더 선명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색채의 힘을 공간 전체로 확장한다. 거대한 벽과 바닥을 가득 채우는 색들은 단순히 보는 대상이 아니라 몸으로 경험하는 감정이 된다. 어린아이는 신기함을 느끼고, 어른은 잊고 있었던 감각을 떠올린다. 예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감각을 깨우는 일이라는 사실을 호크니는 자연스럽게 증명한다.


예술은 설명보다 경험이 먼저다 호크니는 언제나 ‘직접 보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원근법과 시각의 역사, 사진과 회화의 차이, 인간의 눈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하지만 그 연구는 학문적인 이론에 머물지 않았다. 그 모든 고민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왜 아름다움을 느끼는가.’ 《BIGGER & CLOSER》는 그 질문을 긴 설명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 관람객이 작품 사이를 걷고, 음악을 듣고, 색을 마주하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만든다. 그 경험은 미술을 잘 아는 사람에게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예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일수록 더 순수한 감각으로 호크니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2026년 라이트룸 울산에서 열리는 《DAVID HOCKNEY : BIGGER & CLOSER》는 회고전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예술을 보여주는 전시다. 60년이 넘는 작품 세계를 첨단 기술로 재구성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의 눈과 감각이 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것을 ‘본다’. 하지만 얼마나 깊이 바라보고 있는지는 자주 잊는다. 호크니는 작품을 통해 천천히 바라보는 기쁨을 되찾아준다.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고, 계절의 색을 기억하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가장 풍요롭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그는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 전시는 화려한 미디어 기술을 경험하는 시간이 아니라, 잊고 있었던 자신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시간이다. 그리고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이전보다 조금 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조금 더 오래 빛을 바라보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데이비드 호크니가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가장 큰 예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