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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는 말은, 사랑을 너무 잘 알게 됐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이창섭 〈또 사랑이라니 (Prod. 윤종신)〉, 상처 때문에 닫아버린 마음에 다시 한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

미디어2026. 09. 30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야.”

이별을 겪은 뒤 우리는 꽤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사랑이 싫어진 것이 아니라, 사랑이 끝났을 때 얼마나 아픈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사랑할 때는 마음을 내어주는 일의 대가를 모른다. 하지만 한번 떠나보낸 사람은 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언젠가 그 사람 때문에 무너질 가능성까지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창섭의 〈또 사랑이라니 (Prod. 윤종신)〉라는 제목에는 설렘보다 당혹감이 먼저 묻어난다.

‘또 사랑이라니.’

마치 이런 일은 다시는 없을 줄 알았다는 사람의 혼잣말 같다.

이 곡은 2026년 8월 25일 이창섭이 새 앨범에 앞서 선공개한 싱글이다. 윤종신이 프로듀싱과 작사를 맡고 윤종신·이근호가 공동 작곡했으며, 이근호·장승훈이 편곡했다. 이창섭과 윤종신은 같은 해 2월 ‘월간 윤종신’의 〈녀석 (with 이창섭)〉에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두 사람이 이번에 선택한 것은 화려한 장치보다 감정의 흐름을 오래 따라가는 아날로그 발라드다. 공식 소개 역시 이 곡을 ‘지독하고 힘겨운 이별 끝에 다시 찾아온 사랑’을 담은 작품으로 설명한다. 이창섭은 초반의 절제된 표현에서 후반의 폭발적인 고음까지 감정의 밀도를 점차 끌어올린다. 


하지만 이 노래에서 더 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사랑보다 사랑하기 전의 사람이다.

그는 이미 지쳐 있다.

지난 관계가 얼마나 힘겨웠는지 이제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군가를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고, 마음을 주지 않으면 빼앗길 것도 없다. 상처받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애초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까.

우리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연애뿐만 아니다. 믿었던 친구에게 실망한 뒤 사람에게 거리를 두고, 실패한 뒤 새로운 도전을 피하며, 기대했던 일이 무너진 뒤부터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별로 기대 안 해.”

이 말은 때때로 무관심이 아니라 방어다.

상처를 경험한 사람은 희망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통의 가능성을 줄인다. 다시 좋아하지 않으면 다시 잃지도 않을 테니까.

그런데 〈또 사랑이라니〉의 화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한 사람이 나타난다. 그리고 놀랍게도 삶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한다. 가사에서는 오랫동안 마음을 덮고 있던 감정을 ‘탁한 마음’과 ‘먹구름’으로 표현하고, 상대의 미소가 그것을 걷어내는 장면을 그린다. 

이 비유가 좋은 이유는 사랑을 거대한 사건으로 묘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 인생을 구원하러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한 사람을 알게 됐을 뿐이다. 그런데 그 한 사람 때문에 아침이 기다려지고, 메시지 하나에 웃고, 다음 만남을 생각하게 된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하루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랑이 가진 가장 이상한 힘이다.


그리고 이 곡에서 가장 섬세한 순간은 상대를 좋아하게 된 뒤 화자가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장면이다. 
오랜만에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치 오래 만나지 못했던 사람에게 하듯 인사를 건넨다. 

이 장면을 단순한 연애의 설렘으로만 읽기에는 조금 아깝다.

좋은 관계는 상대를 사랑하게 만드는 동시에 자신도 다시 좋아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웃지 않았던 사람이 웃고, 꾸미지 않던 사람이 거울을 보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던 사람이 내일을 기다린다.

그러니까 사랑 때문에 돌아온 것은 연애 감정만이 아니다.

한동안 사라져 있던 ‘나’도 함께 돌아온다.

그래서 〈또 사랑이라니〉가 건네는 위로는 “결국 새로운 사람이 나타날 거야”라는 낙관과 조금 다르다. 모든 상처가 반드시 새로운 연애로 치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한번 무너졌다고 해서 우리의 마음이 영원히 그 모습으로 남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됐더라도 다시 누군가를 믿을 수 있다.

실패 때문에 꿈을 포기했더라도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

한동안 아무것도 좋아할 수 없었던 사람도 어느 날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를 간절히 좋아하게 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은 생각보다 회복력이 강하다.

우리는 상처받은 순간에는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꼭 이전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아픔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알고도 다시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이 노래가 보여주는 변화다.

황당함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반가움도 있다.

무엇보다 아직 내 마음이 누군가 때문에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 있다.

사랑은 언제나 용감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겁먹은 채 시작되는 사랑이 더 많다. 좋아하면서도 걱정하고, 만나고 싶으면서도 잃을까 두렵고, 행복하면서도 이 행복이 끝날 날을 상상한다.

하지만 사랑할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두려움을 알고도 한 번 더 마음을 건네보는 일이다.

이창섭의 목소리는 이 복잡한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초반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감정을 눌러두다가 곡이 진행될수록 점차 마음을 열고, 결국 다시 찾아온 자신을 상대에게 내어주겠다는 고백으로 향한다. 5분이 넘는 러닝타임도 이 감정의 변화를 서두르지 않고 따라간다. 곡의 공식 재생 시간은 5분 13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보다 조금 더 큰 이야기다.

삶에는 ‘다시는’이라고 말했던 것들이 있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
다시는 믿지 않겠다.
다시는 기대하지 않겠다.
다시는 시작하지 않겠다.

그때의 다짐은 거짓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만큼 아팠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 다짐을 깨뜨렸다고 해서 과거의 내가 틀렸던 것도 아니다. 그때는 닫아두는 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면, 지금은 다시 열어보는 것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방법일 수 있다.

마음도 계절처럼 변한다.

먹구름이 영원하지 않듯 어떤 상처도 반드시 지금과 같은 농도로 남아 있지는 않는다.

그래서 언젠가 우리에게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또 사랑이라니.
또 꿈이라니.
또 시작이라니.

그때는 자신의 변덕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 다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또 사랑이라니 무슨 일이야”
이 짧은 문장에는 그래서 여러 감정이 동시에 들어 있다. 끝난 사랑 뒤에 찾아온 새로운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통해 다시 돌아온 ‘나’에 관한 노래.
LEECHANGSUB 이창섭 -'또 사랑이라니 (Prod. 윤종 신)' LIVE C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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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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