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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평생 이상해도 괜찮은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

아이유 〈Dear my crazy soulmate〉, 사랑보다 오래된 우정에게 보내는 가장 장난스럽고 다정한 러브레터

미디어2026. 09. 29
‘소울메이트’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운명적인 연인을 떠올린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단 한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평생을 함께하는 이야기. 대중음악 역시 오랫동안 소울메이트를 이런 낭만적 사랑의 언어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아이유의 〈Dear my crazy soulmate〉가 향하는 곳은 조금 다르다.

2026년 9월 10일 공개된 디지털 싱글 《이 별로부터》에는 동명의 곡과 〈Dear my crazy soulmate〉 두 곡이 더블 타이틀로 담겼다. 아이유는 두 곡 모두 직접 작사했다. 〈Dear my crazy soulmate〉의 작곡에는 Maia Wright, Amanda Cygnaeus, Hannes Roovers, Isac Hördegård가 참여했고 Medium이 편곡을 맡았다. 

그런데 이 곡의 공식 소개는 놀라울 정도로 짧다.

 ‘유인나에게.’

아이유의 공식 뮤직비디오 설명에도 같은 문장이 적혀 있다.  오랜 시간 우정을 이어온 배우 유인나에게 보내는 노래라는 사실을 아이유 스스로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관련 보도 역시 두 사람이 약 16년간 인연을 이어온 친구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사랑 노래’라는 말의 범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랑에는 반드시 연애가 필요한가. 누군가를 평생 보고 싶고, 그 사람의 행복을 바라고, 가장 우스운 모습을 함께 나누며 늙어가고 싶다면 그것 역시 충분히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아이유가 노래하는 우정은 근사하게 포장된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제목부터 ‘crazy soulmate’다. 
 완벽한 소울메이트가 아니라 조금 이상한 소울메이트다.

이 표현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정상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직장에서는 능숙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인간관계에서는 적당히 재미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SNS에서는 잘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 상처받아도 괜찮은 척하고, 불안해도 태연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정말 편한 사람을 만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말투가 달라지고, 별것 아닌 농담에도 웃으며, 남들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낸다. 세상이 보기에는 조금 이상할지라도 그 사람 앞에서는 그것을 감출 필요가 없다.

아이유가 이 노래에서 발견한 친밀함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이상해도 사랑해’가 아니다. ‘이상해서 더 좋아한다’에 가깝다.

상대의 결점을 견뎌주는 관계와 그 결점까지 그 사람의 고유한 일부로 좋아하는 관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가 이해라면 후자는 애정이다. 누군가가 세상의 기준과 조금 다르더라도 그것을 고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그 사람다운 부분이라고 웃어주는 것.

이것이 이 노래가 말하는 소울메이트다.

가사에는 거대한 사건보다 둘만 알아볼 법한 사소한 물건과 장면들이 등장한다. 웃긴 티셔츠와 Blue moon이 그려진 목걸이, 장난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웃는 순간 같은 것들이다.  아이유는 우정을 설명하기 위해 ‘영원한 믿음’이나 ‘운명’ 같은 거대한 단어를 앞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구체적인 기억을 꺼낸다.

생각해보면 오래된 관계란 원래 그런 것이다. 몇 년을 함께했는지는 숫자로 기록할 수 있지만, 관계의 진짜 역사는 아무도 모르는 농담과 별명, 선물과 말버릇 같은 것들 속에 숨어 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멋진 사진 한 장이 아니라 둘만 웃을 수 있는 기억의 양인지도 모른다.

뮤직비디오가 이 노래의 감정을 더욱 넓혀주는 방식도 흥미롭다. 김영옥과 나문희가 오랜 친구로 등장하고, 아이유와 심달기가 경찰 역할로 이야기에 참여한다. 젊은 시절의 반짝이는 우정보다 오랜 세월을 건너온 우정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노래 속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하나의 미래처럼 보여준다. 

아이유가 그리는 이상적인 관계에는 극적인 위기가 없다.

오히려 ‘조금 진부하더라도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는 방향을 택한다.  이것은 흥미로운 사랑의 철학이다. 우리는 강렬한 관계를 좋은 관계라고 착각할 때가 있다. 싸우고 화해하고, 떠났다가 돌아오고, 서로를 잃을 것 같은 순간을 통과해야 특별한 관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가장 귀한 관계는 어쩌면 그 반대다.

아무 일 없이 오래가는 관계.

위기와 반전이 없어서 영화로 만들면 조금 심심할지라도, 매년 같은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 비슷한 농담을 하며 서로의 나이 듦을 지켜보는 관계 말이다.

〈Dear my crazy soulmate〉는 바로 그 ‘진부함’을 축복한다.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상대를 위해 장난을 치겠다는 가사의 태도 역시 그렇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언제나 심각한 조언이 아니다. 어떤 날에는 해결책보다 평소처럼 건네는 농담 하나가 사람을 다시 일으킨다.

“괜찮아?”라고 묻는 대신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주는 친구.

내가 가장 엉망인 날에도 평소와 똑같이 대해주는 사람.

그런 관계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삶의 안전망이 된다.

그래서 이 곡이 주는 위로는 ‘좋은 친구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동시에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친밀함은 발견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상대가 이상함을 고백했을 때 판단하지 않는 것, 힘든 날에도 관계를 놓지 않는 것, 별것 아닌 이야기를 오래 들어주는 것. 그런 작은 선택들이 쌓여 결국 소울메이트라는 이름을 만든다.

아이유가 노래하는 ‘crazy’는 그래서 결함이 아니라 자유에 가깝다.

내가 나를 검열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가장 자유로워진다. 세상이 요구하는 정상적인 모습에서 잠시 빠져나와 어린아이처럼 장난칠 수도 있고, 겁쟁이가 될 수도 있고, 엉뚱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늙는 일조차 조금 덜 무섭다.

 함께 예쁜 할머니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이상한 할머니 둘’이 되는 것을 꿈꾸는 마음.  
이 표현에는 젊음이나 성공, 아름다움보다 훨씬 오래 남는 관계에 대한 아이유의 바람이 들어 있다.

사람의 인생에는 수많은 관계가 들어왔다 사라진다. 사랑했던 사람이 남이 되기도 하고, 매일 만나던 사람의 이름조차 어느 날 희미해진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도 계속 같은 농담을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거대한 행운이다.

〈Dear my crazy soulmate〉는 그 행운을 대단한 말로 포장하지 않는다. 웃긴 티셔츠를 입고, 이상한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이 포기할 때까지 둘이 계속 이상하게 살아가자고 말한다.

어쩌면 진짜 소울메이트란 나를 완성해주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완성되지 않은 나로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사람.

아이유가 유인나에게 보낸 이 지극히 개인적인 편지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노래가 끝날 때쯤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떠오른다면, 그 사람이 바로 당신에게 이 노래가 도착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사랑보다 우정이 작다고 누가 말했을까, 함께 이상한 할머니가 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사랑이다.

“넌 내 앞에선 평생 이상해도 돼 / 그래서 더 좋아해”
〈Dear my crazy soulmate〉의 세계관을 가장 잘 보여준다.
IU 'Dear my crazy soulmate'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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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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