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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유행을 따라가지 않아도 돼, 우리가 가는 곳이 새로운 길이니까

소녀시대-효리수 〈Skibidi〉, 데뷔 19년 차에 다시 시작을 선택한 세 사람이 말하는 ‘나답게 노는 법’

미디어2026. 09. 29
‘Skibidi’라는 단어에서 거창한 철학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을 조금이라도 사용했다면 어딘가에서 한 번쯤 스쳐 지나갔을 밈의 언어이고, 정확한 의미보다 리듬과 상황으로 소비되는 말에 가깝다.

그런데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의 효연, 유리, 수영이 새로운 유닛의 첫 노래 제목으로 이 단어를 골랐다. 그것도 데뷔 19년 차인 2026년에 말이다. 이 선택부터 이미 소녀시대-효리수(Girls’ Generation-HRS)라는 팀이 무엇을 하려는지 보여준다. 과거의 성공을 근엄하게 기념하기보다 지금 가장 재미있는 것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가지고 놀겠다는 것이다.

효리수는 2026년 8월 31일 디지털 싱글 《Skibidi》로 정식 데뷔했다. 싱글에는 동명의 타이틀곡과 ‘Lowkey In Love’ 두 곡이 실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유닛이 처음부터 치밀한 기획 아래 만들어진 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효연의 개인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 속 콘텐츠 ‘가짜 김효연’에서 세 사람이 보여준 유쾌한 케미스트리가 출발점이 됐고, 그것이 실제 유닛 활동으로 발전했다. 



농담이 실제가 된 셈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사실이 〈Skibidi〉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다. 모든 시작이 거창한 계획에서 나올 필요는 없다.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 새로운 가능성이 되기도 하고, 친구들과 던진 농담이 다음 챕터의 이름이 되기도 한다. 
효리수의 탄생 과정에는 ‘계획된 완벽함’보다 일단 해보는 사람들의 가벼운 용기가 있다.

음악 역시 한곳에 얌전히 머무르지 않는다. 〈Skibidi〉는 하우스에서 출발해 힙합으로 전환되는 구성을 갖고 있으며, 곳곳에 아라비안 스트링 샘플을 배치해 이국적인 질감을 더한다. SM은 이 장르를 넘나드는 전개가 효리수만의 개성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는 가사와도 묘하게 닮아 있다. 정해진 장르 하나를 끝까지 따르지 않는 음악처럼, 가사 역시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길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소속사는 곡의 핵심 메시지를 ‘우리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자’는 것으로 설명했다. 

여기서 ‘Skibidi’는 의미가 분명한 단어라기보다 일종의 주문에 가까워진다. 효리수는 인터넷 밈으로 익숙한 이 말을 의성어처럼 위트 있게 활용한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정의하는 대신, 남들과 달라도 일단 자신의 리듬대로 움직여보자는 태도를 담는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 많은 정답을 보며 살아간다.

어떤 옷을 입어야 세련돼 보이는지, 어디를 여행해야 멋있는지, 몇 살까지 무엇을 이루어야 성공인지 알고리즘이 매일 알려준다. 심지어 행복해지는 방법조차 비슷해진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가고, 유행이 끝나기 전에 무엇인가를 경험해야 안심한다.


그 중심에는 FOMO(Fear of Missing Out)가 있다. 나만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이다.

〈Skibidi〉는 이 감정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넌 너면 된다.’

너무 익숙해서 이제는 위로처럼조차 들리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기 전에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검색한다. 내가 원하는 삶보다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래서 〈Skibidi〉가 말하는 개성은 단순히 남들과 다른 옷을 입거나 독특한 행동을 하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취향을 결정할 권리를 다시 가져오는 것에 가깝다.

이 메시지가 효연, 유리, 수영에게서 나온다는 점도 흥미롭다. 세 사람은 이미 소녀시대로 K팝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시기 가운데 하나를 경험했다. ‘Gee’, ‘소원을 말해봐’, ‘I Got a Boy’ 같은 곡으로 시대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새로운 팀을 만들어 다시 데뷔했다. 소녀시대가 2007년 데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9년 차에 찾아온 또 하나의 출발이다. 

보통 오래 활동하면 사람들은 과거의 성공을 반복하길 기대한다. 익숙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편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리수는 오히려 현재의 밈을 팀의 첫 제목으로 선택했다. 이것을 단순히 ‘요즘 세대 따라잡기’라고만 보기에는 세 사람의 태도가 훨씬 장난스럽다. 
젊어 보이려고 유행을 흉내 내기보다 자신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을 거리낌 없이 해보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이 노래는 나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나이에 맞는 행동이라는 보이지 않는 규칙을 만든다. 이 나이에는 안정되어야 하고, 이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늦었으며, 예전처럼 철없이 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의 호기심에는 정년이 없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능력도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효리수의 시작이 주는 가장 재미있는 위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해서 새로운 사람이 될 기회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퍼포먼스도 이런 성격을 강화한다. 효리수는 음원 공개와 동시에 ‘Skibidi’ 퍼포먼스 비디오를 선보였고, 효연·유리·수영이라는 소녀시대의 대표적인 퍼포머 세 사람이 중심에 섰다.  장르가 하우스에서 힙합으로 바뀌듯 움직임과 분위기도 한 가지 색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결국 〈Skibidi〉의 철학은 의외로 단순하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길에서 1등이 되는 것보다 내가 걷고 싶은 길을 하나 더 만드는 것.



물론 현실에서 자기 길을 간다는 것은 낭만적인 일만은 아니다. 남들이 선택한 길에는 적어도 지도라도 있지만, 새로운 길에는 정답이 없다. 실패할 수도 있고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효리수는 바로 그 불확실성을 심각한 얼굴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Skibidi’라고 외친다.

이 가벼움이 중요하다. 인생의 모든 선택을 거대한 결심으로 만들면 우리는 좀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반대로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은 생각보다 멀리 사람을 데려간다. 실제로 효리수라는 유닛 자체가 유튜브 콘텐츠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는 사실이 그 메시지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 

어쩌면 나다움은 거창하게 발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남들이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 선택하고, 유행이 아니어도 내 취향을 지키고, 조금 우스워 보여도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한번 해보는 것.

그런 선택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길이 된다.

그리고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에는 원래 이름이 없다.

그러니 필요하다면 우리가 직접 이름을 붙이면 된다.

Skibidi라고.

“넌 너면 되잖아 / Don’t be fomo”
유행을 좇는 노래처럼 등장해, 결국 ‘너 자신의 유행이 되라’고 말하는 유쾌한 자기 선언.
Girls' Generation-HRS 소녀시대-효리수 'Skibidi' Performance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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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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