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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예뻐지고 싶은 마음보다, 나를 예쁘다고 믿는 마음

RESCENE 〈Pretty Girl〉, 카라의 2008년 자신감이 2026년의 소녀들에게 다시 도착했다

미디어2026. 09. 29
거울 앞에 서면 우리는 이상할 정도로 부족한 것부터 발견한다. 조금 더 예뻤으면 좋겠고, 조금 더 날씬했으면 좋겠고, 조금 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 익숙해질수록 자신을 칭찬하는 일은 오히려 어색해진다. 그래서 RESCENE(리센느)의 〈Pretty Girl〉이 건네는 메시지는 단순해 보이지만 꽤 중요하다. ‘예뻐져야 한다’가 아니라 먼저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보자는 것.

리센느의 〈Pretty Girl〉은 완전히 새로운 노래가 아니다. 2026년 7월 8일 발표된 스페셜 싱글로, 카라(KARA)가 2008년 두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발표했던 동명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곡이 가진 밝은 틴팝의 에너지와 당당한 메시지를 유지하면서 리센느 특유의 청량하고 맑은 색을 더했다. 

이 사실은 꽤 흥미롭다. 2008년의 ‘Pretty Girl’과 2026년의 ‘Pretty Girl’ 사이에는 18년이라는 시간이 놓여 있다. 유행하는 옷도,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방식도, ‘예쁨’을 바라보는 기준도 크게 달라졌다. 그런데 자신을 좋아하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좀처럼 낡지 않았다.

원곡의 핵심은 처음부터 ‘외모 자랑’과는 조금 달랐다. 카라의 〈Pretty Girl〉은 깜찍하고 발랄한 이미지 안에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의 매력을 드러내는 태도를 담았던 노래다. 리센느 역시 그 성격을 지우지 않았다. 오히려 원곡의 틴팝 감각을 보존하면서 묵직한 드럼과 탄탄한 베이스 라인을 더하고, 그 위에 멤버들의 맑고 부드러운 보컬을 얹었다. 공식 음반 소개 역시 원곡의 탑라인을 살리면서 리센느의 보컬과 무게감 있는 리듬을 더한 편곡을 강조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리센느가 이 곡에  ‘자몽향’이라는 감각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향기를 통해 장면을 기억하게 한다는 팀의 콘셉트를 이어가며 이번 싱글의 향을 자몽으로 설정했다. 달기만 한 과일이 아니라 상큼함 뒤에 약간의 씁쓸함까지 가진 자몽은 새로운 〈Pretty Girl〉과 묘하게 어울린다. 2008년의 밝은 에너지를 그대로 복제하는 대신, 보다 선명하고 청량한 2026년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리메이크의 의미는 ‘옛날 인기곡을 다시 부른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좋은 리메이크는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그 시대의 감정을 현재의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시 번역한다.

2008년 카라가 “당당해져도 된다”고 말했다면, 2026년 리센느의 목소리로 듣는 같은 메시지는 조금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며 살고 있는가.

SNS를 열면 자신보다 예쁜 사람, 성공한 사람,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끝없이 등장한다. 비교의 대상이 주변 몇 사람에 머물렀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전 세계의 가장 근사한 순간이 손바닥 안으로 들어온다. 그만큼 자신에게 만족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누군가의 ‘완성된 장면’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평범한 하루를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Pretty Girl’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Pretty’는 반드시 얼굴의 생김새만을 의미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는 태도, 조금 서툴더라도 앞으로 걸어가는 용기,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인정하는 마음까지 포함할 수 있다.



리센느의 비주얼 역시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핑크톤의 키치한 스타일링과 ‘갸루 감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프로모션에서는 헤어스타일과 옷, 신발, 액세서리 등을 조합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프리티걸의 비밀 옷장’도 선보였다. 정해진 하나의 예쁜 모습을 제시하기보다 각자가 자신의 스타일을 조합하는 놀이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노래에는 세대가 연결되는 재미있는 순간도 있었다. 리센느는 음악방송 첫 무대에서 카라의 니콜과 함께 〈Pretty Girl〉을 선보였다. 원곡을 불렀던 세대와 그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세대가 같은 무대에 선 것이다.  리메이크가 과거를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대중의 반응도 빠르게 이어졌다. 공개 직후 〈Pretty Girl〉은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고, 7월 14일 SBS M 《더 쇼》에서는 리센느에게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를 안겼다. 이후 《쇼! 음악중심》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이미 ‘LOVE ATTACK’의 역주행으로 주목받고 있던 리센느에게 〈Pretty Girl〉은 순간적인 화제성을 실제 음악적 성과로 연결한 곡이 된 셈이다.

하지만 숫자보다 오래 남는 것은 이 노래가 가진 이상할 만큼 건강한 낙관이다. 우리는 자신감이 충분히 준비된 뒤에야 당당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살을 빼고 나면, 시험에 붙으면, 돈을 더 벌면,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면 그때 자신을 사랑하겠다고 미룬다.



〈Pretty Girl〉은 그 순서를 뒤집는다. 완벽해진 다음 자신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을 믿어야 비로소 자신다운 모습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Pretty Girl〉이 건네는 위로는 “너는 누구보다 예뻐”라는 단순한 칭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타인의 확인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매력을 발견해보라는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기 전에도 나는 나일 수 있고, 오늘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를 좋아할 자격은 사라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정말 부족했던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신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18년 전의 노래가 다시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세대는 바뀌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거울 앞에서 자신을 의심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계속 말해줘야 한다. 조금 더 당당해져도 된다고. 자신이 가진 것을 좋아해도 된다고.

카라가 시작했던 그 문장을 이제 리센느가 이어 부른다. 자몽처럼 상큼하게, 조금 더 키치하게, 그리고 지금의 방식으로.

어쩌면 ‘Pretty Girl’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더 예뻐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를 덜 미워하는 것.
 그 작은 변화가 이 노래가 18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우리에게 도착한 이유다.

 예뻐지라고 말하는 노래가 아니라, 이미 가진 자신의 매력을 먼저 믿어보라고 말하는 노래.

“If you wanna pretty, every wanna pretty”
이 짧고 반복적인 문장은 어쩌면 인간의 가장 솔직한 욕망을 건드린다. 누구나 아름답고 싶고, 사랑받고 싶으며,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다. 중요한 것은 그 욕망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기준을 전부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는 것이다.
RESCENE (리센느) 'Pretty Girl' Special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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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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