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20주년 신곡 [BiiiG],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시 ‘크게’ 노는 법
20년이라는 숫자는 묘하다. 한 사람에게는 어른이 되는 시간이고, 대중음악에서는 한 팀의 음악이 추억으로 분류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2006년 데뷔한 빅뱅에게 2026년은 정확히 그런 해다. 그런데 [BiiiG]에는 기념앨범에서 흔히 발견되는 회고의 정서가 거의 없다. 대신 비트는 크고, 훅은 반복적이며, 태도는 여전히 당당하다. 노래는 처음부터 위를 향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굳이 겸손하게 축소하지 않는다. 이것은 꽤 중요한 태도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아티스트에게는 언제나 과거라는 무게가 따라붙는다.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면 전성기와 비교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예전이 더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반대로 과거의 스타일을 반복하면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래 살아남은 아티스트가 마주하는 가장 어려운 질문은 그래서 ‘무엇을 새롭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지금의 나로 존재할 것인가.

[BiiiG]은 그 질문에 꽤 빅뱅다운 방식으로 답한다. 제목부터 그렇다. ‘BIG’이라는 단어를 길게 늘여 쓴 [BiiiG]은 팀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규모와 자신감, 과장과 유희를 한꺼번에 품는다. 노래 역시 웅장한 힙합 비트와 여러 겹의 사운드 위에서 지드래곤의 날카로운 랩, 태양의 유연한 보컬, 대성의 힘 있는 목소리를 교차시킨다. 셋은 하나의 목소리로 합쳐지기보다 각자의 색을 그대로 유지한다. 함께 있지만 서로 다르다. 오히려 그 다름 때문에 빅뱅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20년을 함께한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은유처럼 들린다. 오래된 관계가 반드시 서로 닮아가는 것은 아니다. 친구든 연인이든 팀이든, 건강하게 오래 지속되는 관계에는 상대를 나와 같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 일이 필요하다.


[BiiiG]에서도 세 사람은 자신의 방식으로 노래한다. 같이 있다는 것은 똑같아지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채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곡의 또 다른 중심에는 ‘20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빅뱅은 그것을 훈장처럼 진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지고 논다. 스스로를 ‘구관이 명관’이라 부르고, 스무 해라는 시간을 성인식과 연결하며, 자신들이 만들어온 이름과 이미지를 재치 있는 언어로 다시 꺼낸다. 살바도르 달리 같은 문화적 아이콘을 호출하고, 자신들의 이름과 우주적 이미지를 겹쳐놓는다. 그 과장은 진지하기보다 장난스럽다. 바로 그 지점에서 [BiiiG]은 단순한 자기찬양과 조금 달라진다. 자신이 무엇을 이루었는지 알고 있지만 그것을 엄숙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웃고 떠들고 과장하면서 자신의 역사를 하나의 놀이로 만든다. 그것은 어쩌면 오래 살아남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다. 젊을 때의 자신감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가능성에서 나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의 자신감은 다르다. 실패도 알고, 흔들림도 알고, 모든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다시 무대에 올라 자신을 크게 외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허세와는 다른 감정이다.

[BiiiG]이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노래에는 청춘의 에너지가 있지만, 그것을 부르는 사람들은 더 이상 데뷔 직후의 청년들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청춘은 나이가 아니다. 청춘은 아직 자신을 끝났다고 규정하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무언가를 오래 해온 사람에게 이 감각은 꽤 중요하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자꾸 과거의 자신과 비교한다. 예전에는 더 열심히 했는데. 그때는 더 용감했는데. 한때는 꿈이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은 현재의 자신보다 과거의 자신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기도 한다. 하지만 [BiiiG]은 과거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20년 전의 빅뱅을 복원하기보다 지금의 세 사람이 빅뱅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다시 사용할 것인지에 집중한다. 그래서 이 곡에서 발견되는 공감은 ‘옛날이 좋았다’는 향수와 조금 다르다. 시간이 흘러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 정확히는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이다. 우리는 종종 새 출발을 백지와 연결한다. 모든 것을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완전한 백지는 거의 없다. 실패했던 기억도 가져가야 하고, 성공했던 순간도 가지고 가야 한다. 관계와 책임, 나이와 경험도 함께 데려가야 한다.


[BiiiG]은 그 모든 것을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등에 업는다. 20년을 가지고 다시 앞으로 간다. 그리고 이 노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팬이다. 가사에는 빅뱅의 응원봉 ‘뱅봉’이 직접 등장한다. 공식 곡 소개에서도 브이아이피를 상징하는 뱅봉에 대한 애정을 중요한 내용으로 명시했다. 이것은 단순한 팬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년의 시간은 아티스트 혼자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노래를 만들었던 사람과 그것을 들었던 사람. 무대에 섰던 사람과 객석에서 빛을 들었던 사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한 곡을 통해 같은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들. 그래서 [BiiiG]에서 ‘우리’라는 감각은 세 멤버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한 시대를 함께 통과했던 사람들까지 조금씩 포함한다. 누군가에게 빅뱅은 학창 시절의 노래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처음 갔던 콘서트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주 개인적인 어느 계절의 배경음악일 것이다. 그 기억들이 모이면 한 팀의 20년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BiiiG]은 과거를 추억하는 노래라기보다 과거를 현재로 데려오는 노래다. “우리는 그때 대단했다”가 아니라 “우리는 아직 여기 있다”에 가깝다. 그리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과거형의 자부심은 추억이 되지만 현재형의 자부심은 다시 움직일 힘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BiiiG]이 말하는 ‘크다’는 것은 성공의 크기만은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무언가를 좋아해온 시간. 수없이 변하면서도 끝내 남아 있는 관계. 각자의 길을 걸었다가 다시 같은 이름 아래 서는 사람들.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숨기지 않고 지금의 자신으로 다시 출발하는 태도. 그 모든 것이 이 노래에서는 ‘BiiiG’이라는 한 단어 안에 들어간다. 스무 살의 빅뱅은 젊음을 되찾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도 충분히 크게 웃고, 크게 노래하고, 크게 자신을 선언한다.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작아지는 일이 아니라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지나온 시간을 전부 가지고도 여전히 다음 장면을 기대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 자신을 과거형으로 말하고 싶어지는 순간, 다시 한번 현재형으로 자신을 불러보는 것. “아직 여기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