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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답이 넘쳐나는 시대, 우리는 왜 더 좋은 질문을 배워야 하는가

고요엘 『옥스브리지의 철학 수업』이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72가지 질문을 통해 되찾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

미디어2026. 09. 30
우리는 모르는 것이 생기면 거의 즉시 답을 찾는다.

검색창을 열고, AI에게 묻고, 다른 사람의 리뷰를 확인한다. 무엇을 사야 하는지, 어디로 여행을 가야 하는지,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까지 누군가 이미 만들어놓은 답을 참고한다.

정보를 찾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는데 이상하게 결정은 더 어려워졌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수천 개의 답이 있지만, 정작 “나에게 성공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옥스브리지의 철학 수업』은 바로 이 간극에서 시작한다.

2026년 9월 상상스퀘어에서 출간된 이 책은 608쪽에 이르는 교양철학서다. 저자 고요엘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이른바 ‘옥스브리지’의 입학 인터뷰에서 활용돼온 질문 약 1,000개를 수집하고, 그 가운데 본질성과 확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72개를 골라 12가지 사유의 태도로 분류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는 왜 문화가 있는가?”

“자유 의지란 무엇인가?”

질문만 보면 철학 시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책의 목적은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입학시험을 준비시키는 데 있지 않다. 출판사 역시 이 책을 입시 교재도, 정답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72개의 질문은 저자가 표현하듯 생각이 움직일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다. 

중요한 것은 답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답에 도달하는 동안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질문은 정답을 확인하는 질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질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질문보다 정답에 익숙한 교육을 받아왔다.

시험에는 답이 있고, 문제집 뒤에는 해설이 있다. 회사에서도 가능한 한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사람이 유능해 보인다.

하지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 대부분에는 정답지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안정적인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할까,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할까.

관계를 지켜야 할까, 떠나야 할까.

돈과 행복 가운데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

이런 문제 앞에서는 아무리 검색해도 최종적인 정답을 찾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참고할 수 있을 뿐, 마지막 선택은 결국 자기 몫이다.

그래서 철학은 정답을 주는 학문이라기보다 정답이 없는 상태를 견디는 훈련에 가까워진다.

『옥스브리지의 철학 수업』의 부제 역시 “정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법”이다. 

여기에 이 책이 2026년에 출간됐다는 사실은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생성형 AI는 인간이 오랫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해왔던 ‘답 만들기’를 놀라운 속도로 대신하기 시작했다. 저자 역시 AI Lab을 이끌고 AI와 금융기술을 가르쳤으며, 현재 기술 스타트업과 기계 경제 관련 분야에서 활동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AI가 답을 쏟아내는 시대에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을 ‘질문을 던지는 힘’에서 찾았다고 밝힌다. 

이 관점에서 보면 AI 시대의 중요한 격차는 지식의 양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같은 AI를 사용해도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을 얻는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AI에게 좋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능력만으로 충분한가.

우리는 기계에게 던질 질문은 몇 번씩 수정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고 있을까.

출판사의 책 소개 역시 바로 이 문제를 짚는다. “행복의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답하기 어렵다면 단순히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애초에 그 질문을 충분히 품어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답을 대신 만들어줄 수는 있어도,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결정하는 질문까지 대신 품어줄 수는 없다.

이것이 『옥스브리지의 철학 수업』을 단순한 사고력 훈련서가 아니라 삶에 관한 책으로 읽게 만드는 지점이다.

좋은 질문은 우리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바로 그것 때문에 질문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이 틀렸다면?”

“지금 원하는 것이 사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면?”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한 인생이 사실은 사회가 정해놓은 길이었다면?”

이런 질문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쌓아놓은 확신을 흔든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사람만이 단단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단단하다.

그래서 철학적 사고가 주는 위로는 “당신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과 조금 다르다.

모르겠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당장 답을 내리지 않아도 괜찮고, 생각이 바뀌어도 괜찮다.

오늘의 내가 내린 결론이 10년 뒤의 나에게도 반드시 정답일 필요는 없다.

성숙한다는 것은 정답을 더 많이 갖게 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답을 언제든 다시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태도는 인간관계에서도 유효하다.

우리는 갈등이 생기면 쉽게 “누가 잘못했는가”를 묻는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만 바꾸면 풍경이 달라진다.

“왜 저 사람은 그렇게 행동했을까?”

“내가 놓친 맥락은 무엇일까?”

“상대의 입장에서 이 상황은 어떻게 보일까?”

질문을 바꾼다고 갈등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관점에 갇혀 있던 생각에 다른 출구가 생긴다.

일과 진로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직업이 유망한가?”라는 질문만 반복하면 우리는 세상의 변화만 쫓아다니게 된다.

반대로 “나는 어떤 문제를 오래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인가?”, “돈을 제외하고도 계속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감수할 수 있는 실패는 어느 정도인가?”라고 질문하면 직업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

이것이 질문의 힘이다.

답을 바로 주지는 않지만, 답을 찾아가는 방향을 바꾼다.

『옥스브리지의 철학 수업』이 제시하는 72개의 질문도 그래서 저자의 결론을 암기하기 위한 문항으로 읽을 필요가 없다. 출판사는 독자가 저자의 답에 끼어들고 반박하는 방식으로 읽기를 권한다. 

책의 두께가 608쪽이라는 점도 역설적으로 흥미롭다. 

빨리 읽고 핵심 몇 줄을 가져가는 책이라기보다 질문 하나를 붙잡고 오래 생각하는 방식이 더 어울린다.

하루에 하나씩 질문해도 좋다.

노트에 자기 답을 적어봐도 좋다.

몇 달 뒤 같은 질문에 다시 답해봐도 좋다.

그때 답이 달라졌다면 그것은 처음의 답이 실패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달라졌다는 증거일 수 있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철학은 위대한 철학자의 문장을 외우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타인의 정답으로만 살아가지 않는 연습이다.

우리는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많은 답을 훨씬 빠르게 얻게 될 것이다.

AI는 더 똑똑해지고 검색은 더 정확해질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인간에게 남는 질문은 선명해진다.

그 수많은 답 가운데 무엇을 믿을 것인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갈 것인가.

그 질문에는 아직 자동완성 버튼이 없다.


“답만 품고 사는 것은 인생을 경직시키고 질문을 품고 사는 것은 인생을 자유롭게 한다.” — 『옥스브리지의 철학 수업』
좋은 질문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이미 안다고 믿는 삶보다, 아직 생각할 것이 남아 있다고 믿는 삶에는 더 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 질문은 확신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삶이 하나의 답으로 굳어버리지 않도록 여백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이 정답을 찾느라 애쓰고 있는 문제에서, ‘답’을 찾는 대신 ‘질문’을 바꿔본다면 스스로에게 무엇을 묻고 싶나요?

글  :  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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