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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행복해지려 애쓸수록 삶이 더 힘들어지는 이유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이 자아·행복·물질·관계를 통해 말하는, 기대를 줄이고 나답게 살아가는 법

미디어2026. 09. 25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꽤 많은 것을 한다.

더 좋은 직장을 원하고,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며, 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면 잠시 안도하고, SNS에서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을 발견하면 다시 초조해진다.

그렇게 행복을 향해 달리는데 이상하게 삶은 좀처럼 충분해지지 않는다.

쇼펜하우어라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원할 때 우리는 결핍 때문에 괴롭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잠시 만족하지만 곧 익숙해지고, 새로운 욕망이 나타난다. 욕망과 충족, 그리고 다시 찾아오는 결핍.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인간은 이 순환을 반복하는 존재다.

그래서 그의 철학은 흔히 염세주의로 불린다.

하지만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을 읽다 보면 이 비관주의가 묘하게 현실적인 위로로 변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왜 내 인생은 항상 만족스럽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쇼펜하우어는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답하는 셈이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만족에 오래 머물기 어렵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은 쇼펜하우어의 대표 저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소품과 부록』 등의 아포리즘과 에세이를 바탕으로 김지민이 엮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현재 판매되는 30만 부 기념 개정증보판은 2024년 2월 하이스트에서 출간됐으며, 자아·행복·물질·관계라는 네 영역에 걸쳐 60개의 인생 주제를 다룬다. 따라서 쇼펜하우어의 저작을 그대로 번역한 원전이라기보다 그의 사상을 오늘의 삶에 적용하도록 구성한 입문서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교보문고에는 현재 이 판본에 500건이 넘는 독자 평가가 집계돼 있고, 예스24에서도 200건 이상의 리뷰·한줄평이 확인된다. 김지민은 고전의 가르침을 현대인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며 여러 ‘인생수업’ 시리즈를 엮어왔다. 

책의 첫 번째 화두는 ‘자아’다.

“타인의 길을 그대로 걷지 말라”, “행복의 원천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 문장들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삶의 기준을 바깥에서 안으로 가져오는 일이다. 

삶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원하는 인생보다, 남에게 괜찮아 보이는 인생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집, 좋은 관계.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원하는 이유가 정말 나에게 있는지 묻지 않을 때 시작된다. 타인의 인정이 삶의 기준이 되면 아무리 많은 것을 얻어도 안심하기 어렵다.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은 언제든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진짜 행복은 남이 보는 나보다 내가 아는 나에게 있다”고 말한다. 

쇼펜하우어에게 고독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사회적 지위도, 직함도, 팔로워 수도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자기 자신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책에는 “천재는 고독해질 수밖에 없다”, “진짜 자유는 혼자 있을 때 지루하지 않은 상태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고독을 외로움과 동일하게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꽤 다른 관점이다.

외로움은 누군가가 없어서 생기는 결핍일 수 있지만, 고독은 자기 자신과 머무를 수 있는 능력이 될 수도 있다.

혼자 있어도 읽을 것이 있고, 생각할 것이 있고, 좋아하는 것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관심에 자신의 행복을 전부 맡기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은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타인의 관심 없이도 자신의 삶을 유지할 힘이 생겼다는 뜻일 수 있다.

두 번째 중요한 문제는 고통이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고통이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묻는다. 실패하지 않아야 하고, 상처받지 않아야 하며, 좋은 선택만 해야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은 “고통은 행복의 반대가 아니라 행복을 인식하게 만드는 배경”이며 “고통을 없애는 가장 빠른 길은 그것을 통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통을 찬양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실패와 이별, 질병과 상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이상하게도 자기 삶을 향한 원망이 조금 줄어든다.

모든 사람이 고통을 경험한다는 사실은 내 아픔을 작게 만들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고통이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것이 쇼펜하우어가 건네는 역설적인 위로다.

그는 세상이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대를 낮춘다.

그런데 기대가 낮아진 자리에서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을 발견한다.

건강한 하루,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저녁.

책이 “가장 강력한 즐거움의 원천은 건강”이라고 말하고, “하찮은 지금일지라도 가장 찬란했던 과거보다는 우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복은 무엇인가를 계속 더하는 방식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필요하지 않은 욕망을 덜어내면서 생긴다.

행복은 원하는 것을 모두 갖는 상태라기보다, 갖지 못한 것 때문에 지금 가진 것까지 잃어버리지 않는 능력에 가깝다.

그래서 책의 세 번째 주제인 ‘물질’은 돈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돈을 다루지 못하면 돈이 나를 다룬다”고 말한다. 동시에 “물질로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있다”고 경고한다. 

돈은 자유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결핍까지 소비로 해결하려 할 때 인간은 다시 욕망의 순환 속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주제인 ‘관계’에서는 쇼펜하우어 특유의 냉정함이 더욱 선명해진다.

“과도한 관계 의존도 일종의 질병이다”, “인간관계는 많을수록 불행하고 단순할수록 평온하다”, “명예와 체면은 가장 교묘한 거짓이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문장들이다.

그러나 모든 관계를 끊으라는 뜻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관계의 숫자보다 관계 속에서 내가 얼마나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는 질문에 가깝다.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계속 자신을 수정하다 보면 결국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 될지는 몰라도,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는 흐려질 수 있다.

이 책에서 반복되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는 그래서 지금의 시대와 잘 맞닿는다.

우리는 쇼펜하우어가 살았던 19세기보다 훨씬 많은 사람의 삶을 매일 본다.

누군가의 성공과 여행, 집과 자동차, 사랑과 성취가 끊임없이 화면을 통과한다.

비교할 대상이 많아졌다는 것은 욕망을 자극하는 대상 역시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런 시대에 쇼펜하우어는 조금 오래된 방식으로 질문한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잠시 내려놓는다면,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 앞에서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은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되라고 재촉하기보다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기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라고 하고, 고통을 완전히 제거하려 하기보다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행복을 멀리 있는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능력으로 돌려놓는다.

한 번뿐인 삶을 잘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을 얻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알고, 누구와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알고, 혼자 남았을 때에도 자기 삶을 견딜 수 있는 것.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자유는 어쩌면 그곳에서 시작된다.

“행복의 원천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있다.” —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행복의 조건을 모두 바깥에 두면 우리는 세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만 안심할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취향과 생각, 혼자 보내는 시간과 내면의 기준을 만들어갈수록 삶의 주도권은 조금씩 자신에게 돌아온다. 남들의 시선과 비교를 모두 지울 수 있다면, 지금 당신의 삶에서 정말 더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이제 그만 내려놓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글  :  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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