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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진실은 언제나 하나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따라 나선을 그린다

히가시노 게이고 『투명한 나선』이 추리소설을 넘어 인간과 가족,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이유

미디어2026. 07. 27
진실은 언제나 정의를 향해 나아가지만, 인간의 마음은 때때로 사랑을 향해 돌아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투명한 나선』은 갈릴레오 시리즈의 열 번째 장편소설이자,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시작은 하나의 살인사건이다. 도쿄의 한 별장에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사건을 추적하던 형사들은 피해자의 주변 인물과 과거를 따라가며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독자는 범인을 찾는 긴장감보다 사람들의 선택과 감정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이번 작품은 기존 갈릴레오 시리즈와 결이 다르다. 과학적 추리와 치밀한 논리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출판사와 독자들은 『투명한 나선』을 유가와 마나부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가 가장 깊이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한다.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정이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삶과 가족의 의미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람은 사실보다 감정을 먼저 선택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때로는 가장 인간답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언제나 ‘왜 죽였는가’보다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투명한 나선』 역시 범죄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쉽게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침묵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거짓말을 선택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간다. 그렇게 얽힌 관계는 직선이 아니라 나선처럼 반복되고 교차하며 진실에 가까워진다. 책 제목인 ‘투명한 나선’ 역시 이러한 인간관계를 상징한다.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쉽게 보이지 않고, 멀어지는 듯하면서도 결국 하나의 중심을 향해 이어지는 삶의 모습을 은유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면서도 가족소설이고, 가족소설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에세이처럼 읽힌다. 사건은 결국 해결되지만 독자의 마음에는 범인보다 사람들의 선택이 더 오래 남는다.

모든 비밀은 숨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기도 한다.

유가와 마나부는 언제나 과학을 통해 진실을 증명해 왔다. 하지만 『투명한 나선』에서는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마주한다. 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족애, 희생, 용서 그리고 책임감은 그가 평생 믿어온 공식보다 더 복잡한 문제를 던진다.

독자들이 이번 작품을 특별하게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반전은 여전히 강렬하지만, 그 반전은 독자를 놀라게 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인물들의 삶을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기능한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라는 공감이 먼저 찾아오는 이유다.

작가는 선악의 경계를 단순하게 나누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존재이며, 그 흔들림 속에서도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것이 사랑인지, 가족인지, 양심인지, 혹은 책임인지는 각자의 삶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삶은 직선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나선을 따라 서로의 삶을 지나간다.

『투명한 나선』은 결국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부모와 자식, 연인과 가족, 그리고 타인과 타인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이 존재한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누군가의 선택은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하나의 비밀은 여러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을 통해 진실의 가치보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모든 사실을 아는 것이 행복이 아닐 수도 있고,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이 심판하는 일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들려준다.

그래서 『투명한 나선』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소설이 아니다. 삶이란 무엇인지,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이란 결국 어떤 책임을 의미하는지 묻는 작품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사건은 끝나지만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진실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진실을 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밝혀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까지 공식처럼 증명할 수는 없다.”
당신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습니까, 아니면 평생 비밀로 남겨두겠습니까?

글  :  미디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