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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수족관을 안고 살아간다

유래혁 『수족관』이 말하는 상처와 사랑, 그리고 언젠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디어2026. 07. 24
누군가에게 과거는 헤어나올 수 없는 커다란 수족관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의 수족관을 품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평범하게 웃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기억과 상처는 투명한 유리벽처럼 마음속을 둘러싼다. 유래혁의 장편소설 『수족관』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벽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이 작품은 보육시설에서 성장한 류이치와 먼저 시설을 떠난 아카리가 다시 만나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각자의 아픔이 만든 ‘수족관’ 속에서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오키나와의 넓은 바다를 함께 바라보겠다는 꿈을 품는다. 작가는 이 여정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보다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유래혁은 사진작가답게 감정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풍경으로 보여준다. 젖은 골목, 비 내리는 거리, 낡은 우산, 흐린 하늘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을 대신하는 언어다. 그래서 독자는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 감정을 천천히 바라보게 되고, 책을 덮은 뒤에도 장면들이 오래 마음속에 남는다.

상처는 사람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가장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언어가 되기도 한다.

류이치와 아카리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이 소설은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은 가장 깊은 상처를 마주하게 만드는 감정이라고 이야기한다.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잃을까 두려워지고, 서로를 살리고 싶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기대게 되는 복잡한 감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흔한 로맨스처럼 행복한 결말만을 향해 달리지 않는다. 사랑은 누군가를 구원하는 기적이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이해하고 견뎌주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며 자신의 삶 속 관계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출판사 역시 “버려진 것들의 사랑에 대한 아름답고도 애달픈 이야기”라고 이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통해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은, 상처를 가진 독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수족관이 과거라면, 바다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희망이다.

작품 속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오키나와의 바다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그것은 두 사람이 끝내 도착하고 싶은 자유이며, 과거를 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희망이다. 반대로 수족관은 안전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다. 작가는 이 상징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나는 익숙한 수족관 안에서 머물고 있는가, 아니면 바다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가.

철학적으로 『수족관』은 인간의 결핍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누구나 부족한 채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결핍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치유보다 공존을, 완벽함보다 이해를 이야기한다.

독자들의 리뷰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작품이 가진 분위기다. 일본 청춘영화를 연상시키는 감성적인 문체와 잔잔한 전개,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여운은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 더 큰 울림을 남긴다. 자극적인 사건보다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이야기이기에 오래 기억되는 것이다. 

우리는 상처를 잊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장한다.

『수족관』은 결국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성장소설이고, 성장소설인 동시에 인간을 이해하는 이야기다. 혈연보다 관계를, 치유보다 공감을, 완벽한 행복보다 함께 견디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류이치와 아카리보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누구에게나 쉽게 말할 수 없는 기억은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빠져나오지 못했던 시간이 있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수족관 안에서 태어난 물고기라도 끝내 바다를 꿈꿀 수 있다고. 중요한 것은 상처가 없는 삶이 아니라, 그 상처를 안고도 다시 헤엄칠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족관』은 슬픈 소설이 아니라 희망을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누군가의 손을 붙잡는 일이 거창한 구원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사람은 아주 차가운 것이든, 아주 뜨거운 것이든 피부에 닿을 때엔 얼마간 같은 감각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아마 아주 슬프거나, 기쁜 것에 다가가고 있구나.”
당신의 삶에도 아직 벗어나지 못한 ‘수족관’이 있나요, 아니면 지금은 그 너머의 바다를 향해 천천히 헤엄치고 있나요?

글  :  미디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