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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서 응원하게 되는, 괴수8호의 영웅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애니메이션 ‘괴수8호’다. 각자 절실한 이유와 목표 하나씩을 가슴에 품고, 괴수와 싸우기 위해 방위대가 된 사람들. 주인공들은 3소대에 모여 함께 훈련하며 우정과 신뢰를, 그리고 한계를 극복해가는 법을 배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성장물이다. 작품을 보며 캐릭터들을 통해 작가가 남기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고민했을 때, 결국 남는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카프카는 배가 다소 나온 32세 아저씨다. 어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이, 퇴근 후 티비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소꿉친구 시절 미나와 했던 약속, 함께 괴수를 물리치는 것. 미나는 먼저 방위대 대장의 자리에 올랐지만, 카프카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청소업체에서 괴수의 시체를 처리하며 지낸다. “번듯한 집, 좋아하는 것도 마음껏 먹고…” 애써 마음을 누르려 하는 이 대사를 듣는데, 현실과 꿈 사이의 괴리감이 느껴지면서 포기하려는 우리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카프카는 그 약속을 어떻게든 이루려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끝내 그는 방위대원이 되어 미나 옆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데 성공한다.

카프카와 입사 동기. 승부욕이 강한 편이지만,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해방률은 21%에 머문다. *해방률 : 강화슈트를 착용해 괴수의 힘을 이끌어내는 수치. 수치가 높을수록 전투력이 상승한다. 입사 동기들은 계속 성장해가는데, 이하루만 21%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다른 동기들이 앞질러 달려가는 동안 이하루 앞에는 벽이 막아선다. 이 대비가 그가 느끼는 절망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혹은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여전히 뒤처져 있는 것 같은 기분. 우리가 한 번쯤 겪어본 그 비교감과 절망감이 이하루를 통해 고스란히 반영된다. 하지만 이하루는 그 자리에 머무르기로 결정하지 않는다. 비교와 질투에 갇히는 대신 친구를 신뢰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최선을 다한다.

3소대 소대장. 칼을 주 무기로 쓰는 그는 본래 소형 괴수에 적합한 인재였다. 하지만 대형 괴수가 점점 늘어나고 무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주변에서는 “네 시대는 끝났으니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호시나는 그 말에 저항하며 끝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실력을 갈고닦는다.
카프카, 이하루, 호시나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모든 걸 타고난 완벽한 영웅이 아니다. 오히려 어디서나 볼 법한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서, 더 이입하게 되고 더 응원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의지를 꺾어버리는 시련이 놓여 있지만 결코 포기를 선택하지 않는다. 대원들을 지키기 위해 각성하고, 서로의 신뢰를 통해 한계를 깨며 성장하기를 선택하는 주도적인 캐릭터들이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하나 꼽자면,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괴수8호로 변신하는 카프카에게 어려움이 닥쳤을 때 호시나가 건넨 말이다. “괴수8호가 아닌 카프카에게 고맙다. 9호는 내가 쓰러트린다. 넌 이제 변신하지 마, 천천히 가도 좋으니 히비노 카프카의 길을 가.” 사람이기를 인정받고 싶었던 카프카에게, 누구보다 그를 걱정하며 천천히 가도 좋다고 던지는 위로의 한마디. 이 말은 여전히 그 자리에 무너져 있는 현실의 카프카들, 이하루들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때로는 한계 앞에, 때로는 비교감에, 때로는 포기를 종용받는 차가운 현실 앞에 “천천히 가도 좋으니 너만의 길을 가”라는 다정함이야말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이유가 된다.

작품을 만든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글 : 황보라 에디터
bora@wefeel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