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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 전시

사랑과 미래 사이에서 숨 쉬는 법 — 연극 〈렁스〉

두 사람의 대화로 펼쳐지는 가장 거대한 인생의 질문

미디어2026. 06. 10
 사랑은 언제부터 미래를 고민하게 될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함께 살 집을 떠올리고, 나이 들어갈 모습을 그리며, 때로는 아이를 가질 것인지 고민한다. 연극 〈렁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은 아이를 가져도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얼핏 보면 평범한 연인의 대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질문은 곧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인구 문제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까지. 작품은 개인적인 선택이 결코 개인의 문제로만 남지 않는 시대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아이를 낳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지구 환경에 대한 걱정은 가장 사적인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렁스〉는 바로 그 불편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기후위기는 뉴스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다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환경 문제를 거창한 담론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야기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가질지 고민하는 순간을 통해 기후위기를 이야기한다.

관객은 공연을 보며 깨닫게 된다.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와 연결된 현실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계산한다. 한 사람이 평생 배출하는 탄소량은 얼마나 될까. 아이를 낳는 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하지만 작품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여전히 현재를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일까.

 중요한 문장

“미래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을 책임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렁스〉가 깊은 울림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랑을 이상적으로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은 서로 사랑하지만 모든 생각이 같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문제일수록 더 많이 부딪힌다.

누군가는 아이를 갖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두려워한다. 누군가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작품은 갈등 자체를 문제로 보지 않는다. 사랑이란 같은 방향만 바라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채 함께 걸어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완벽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도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같은 미래를 꿈꾸면서도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렁스〉는 그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모습이 오히려 진짜 사랑에 가깝다고 말한다.


 인생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다

작품을 보다 보면 환경 이야기보다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어디에 살지, 누구를 사랑할지, 어떤 일을 할지, 무엇을 포기할지.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선택일수록 정답은 없다.

아이를 낳기로 결정해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낳지 않기로 결정해도 후회가 없다는 보장은 없다. 작품은 인간이 얼마나 불확실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선택은 늘 두렵다. 그러나 삶은 그 두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렁스〉는 바로 그 인간적인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숨을 쉰다는 것의 의미

작품의 제목인 ‘렁스(Lungs)’는 폐를 뜻한다. 폐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다. 우리는 매 순간 숨을 쉬지만 그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깨끗한 공기, 푸른 숲, 안정된 기후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사실은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작품은 폐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숨 쉬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결국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공연이 끝난 뒤 제목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폐는 단순한 신체 기관이 아니라 인간과 세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렁스〉는 거대한 환경운동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평범한 두 사람이 사랑하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습은 놀랍도록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도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 더 나은 세상을 원하지만 완벽할 수 없는 사람들.

작품은 그런 우리를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질문한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남기고 싶은가.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 오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연극 〈렁스〉는 결국 환경에 대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인간에 대한 작품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지만, 그 미래를 향해 선택하며 살아간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희망과 가장 크게 느끼는 두려움은 무엇인가?

글  :  미디어 에디터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