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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족인 척 살아가는 특별한 사람들, 그리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가장 인간적인 연대
가족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혈연을 떠올린다.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나고, 같은 성을 쓰며, 비슷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깨닫게 된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계획》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정체는 전혀 평범하지 않다. 각자 특별한 능력과 비밀을 가진 이들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간다. 누군가는 과거를 숨기고, 누군가는 정체를 감추며, 누군가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세상은 쉽게 평범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작품은 가족이라는 가장 따뜻한 공간과 범죄 스릴러라는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르를 절묘하게 결합한다. 위험이 닥쳐오고 비밀이 드러날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들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계획》은 혈연보다 관계를 이야기한다.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비밀을 알고, 위험한 순간에 등을 내어주는 사람들. 작품은 그런 관계야말로 가족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진심으로 서로를 책임지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 역시 가족일 수 있다고.
현대 사회는 점점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내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비혼이 자연스러워졌으며, 혈연이 아닌 공동체 역시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받고 있다. 《가족계획》은 이런 시대적 변화를 장르적 상상력 안에 녹여낸다.


특히 작품 속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다. 서로를 오해하기도 하고, 갈등을 겪기도 하며,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족은 언제나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작품은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초능력이라는 설정이다. 일반적인 히어로물에서 능력은 세상을 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하지만 《가족계획》에서는 조금 다르다. 능력은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숨겨야 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도 쉽게 그럴 수 없다. 이 설정은 현실의 우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과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불안과 결핍을 안고 있다. 작품 속 능력은 그런 인간 내면의 은유처럼 보인다.


철학적으로 《가족계획》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은 타고난 조건으로 정의되는 존재일까. 아니면 스스로 선택한 관계와 행동으로 정의되는 존재일까. 작품은 후자에 더 가까운 답을 내린다. 특별한 능력이 인물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그 사람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또한 작품은 선과 악의 문제도 흥미롭게 다룬다. 세상은 늘 사람을 쉽게 구분하려 한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정상과 비정상, 우리와 그들. 하지만 《가족계획》 속 인물들은 그런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고, 누구나 실수하며,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작품이 주는 위로는 예상보다 따뜻하다. 우리는 완벽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부족하고 서툴고 때로는 실수투성이여도 누군가의 곁에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삶을 버티게 만든다. 결국 《가족계획》은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었던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 집을 만들고, 상처를 나누고,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평생 동안 만들어가는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가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