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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 전시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이상한 나라가 필요하다 — 전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크리스티나 마키바〉

현실의 규칙을 잠시 벗어나, 잊고 있던 상상력과 자기만의 세계를 다시 만나는 시간

미디어2026. 10. 08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호기심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려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토끼굴이다. 앨리스는 회중시계를 들고 달려가는 흰 토끼를 발견하고, 호기심을 따라 낯선 세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몸의 크기가 마음대로 변하고, 동물들이 말을 하며, 익숙했던 시간과 논리의 규칙이 무너진다.

루이스 캐럴이 1865년 발표한 이 이야기는 단순히 기묘한 모험을 그린 동화가 아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질서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른이 된 우리는 앨리스처럼 토끼를 따라 달려가기 어렵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더라도 먼저 위험을 계산하고, 결과를 예상하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판단한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선택을 합리적인 기준으로만 판단하다 보면 이유 없이 끌리는 것, 설명할 수 없지만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놓치기도 한다.


호기심은 정답을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는 태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도 질문하고 움직이며 자신의 길을 발견하는 앨리스를 보여준다.


크리스티나 마키바가 다시 펼쳐 보이는 환상의 세계

이번 전시는 루이스 캐럴의 고전 동화에서 출발해 사진과 몰입형 시각 경험을 통해 이상한 나라를 새롭게 만나는 자리다. 현실에서 출발한 이미지가 상상 속 세계와 만난다는 점에서 마키바의 작품세계와 앨리스의 모험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예술가의 상상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만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능력이기도 하다.

우리는 매일 같은 길을 걷고 비슷한 건물을 지나지만, 누군가는 그 풍경에서 동화의 한 장면을 발견한다. 마키바의 작업은 아름다움이 반드시 특별한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세계가 아니라 지금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나는 누구인가, 앨리스가 던지는 가장 오래된 질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는 정체성이다. 앨리스는 몸의 크기가 변하고 낯선 존재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어제까지 당연했던 규칙이 통하지 않는 세계에서 그는 자신을 다시 이해해야 한다.

이 질문은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우리는 직장에서의 역할과 사회적 위치,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에 맞춰 살아간다. 그렇게 여러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기도 한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내가 누구인지 모를 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만 살아갈 때도 찾아온다.

앨리스의 모험은 모든 혼란을 피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낯선 상황에서 질문하고, 실수하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과 부딪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상한 나라는 현실을 벗어난 환상의 공간인 동시에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장소로 읽힌다.


불가능한 세계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어른의 세계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쉽게 배제된다. 효율적이지 않은 시간은 낭비처럼 느껴지고, 당장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취미는 뒤로 밀린다. 그러나 상상력은 언제나 실용적인 목적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라기보다 현실을 견디는 감각을 회복하는 시간에 가깝다.

모든 경험이 우리를 더 유능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험은 그저 삶을 조금 더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이야기는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질문하는 마음을, 익숙한 질서에 순응하는 태도보다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현실로 돌아온 뒤에도 이상한 나라는 남는다

2026년 11월 20일부터 2027년 1월 31일까지 띠아트뮤지엄 홍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약 60분 동안 관람할 수 있는 전체관람가 전시다. 사진과 시각적 연출을 통해 고전 동화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경험하도록 기획됐으며, 2026년 10월 현재 개막 전이므로 실제 관람 후기와 사전 소개를 구분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시가 끝나면 우리는 다시 익숙한 홍대의 거리로 돌아올 것이다. 사람들은 바쁘게 걸어가고, 자동차는 신호에 따라 움직이며, 모든 것이 원래의 규칙을 되찾는다. 그러나 전시에서 경험한 낯선 색채와 상상은 현실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할 수 있다.

앨리스가 토끼굴을 지나 다른 세계를 만났듯 우리도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이 잊고 있던 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특별한 하루의 기억으로만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상력을 버리는 일이 아니다.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그 너머의 가능성을 계속 믿는 일이다.

어쩌면 이상한 나라는 멀리 있는 환상의 공간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속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Who in the world am I?” /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이 문장은 전시에서 실제로 사용된 문구가 아니라 원작 소설의 문장이다. 낯선 세계에서 자신을 다시 묻는 앨리스처럼, 우리 역시 익숙한 역할과 기준을 잠시 벗어날 때 자신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찾아야 할 이상한 나라는 어쩌면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답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이유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다면, 당신은 어린 시절처럼 어떤 불가능한 일을 다시 꿈꾸고 싶나요?

글  :  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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