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 전시
휩쓸리지 않을 취향의 뚝심
30대가 되기 전까지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를 웃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개성도, 취향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건 없었다. 그래도 하나, 스스로를 탐구하는 뚝심만큼은 잃지 않았다.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내가 어떤 노래를 선호하는지, 어떤 결말의 영화를 좋아하는지 아주 사소한 취향의 방향들을 발견하게 됐다.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꽤 괜찮았다.


요즘은 모든 게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진다. 유행은 순식간에 만들어지고, 또 금방 휘발된다. 탕후루, 두쫀쿠, 봄동비빔밥, 버터떡. 허니버터칩은 이제 언급하기도 민망하리 만큼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빠르게 소비되는 흐름 속에서 몇몇의 사람들은 남들이 모르는 것, 혹은 나만 알고 싶은 것들을 찾기 시작한다. 지금 동대문 DDP에서 열리고 있는 ‘울트라 백화점: 포스트 서브컬처’. 이 전시는 제품 자체보다 그 뒤에 있는 창작자의 태도, 그리고 고집스럽게 쌓아온 시간에 집중한다. 여기서 말하는 서브컬처는 유행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맥락을 쌓아가는 방식, 그 자체에 가깝다.


‘울트라 백화점: 포스트 서브컬처’ 는 그저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것들을 골라 담으며 자연스럽게 깊이 관여하게 된다. 그래서 더 재밌다.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고, 주류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방향을 지켜가는 사람들. 나는 그런 태도를 좋아한다. 취향을 잃지 않는 것, 결국은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이라고 믿는다.
글 : 황보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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