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mbnail

공연 & 전시

전시 <울트라백화점 Vol.2 - 포스트 서브컬쳐>

 휩쓸리지 않을 취향의 뚝심

황보라2026. 03. 23
30대가 되기 전까지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를 웃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개성도, 취향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건 없었다.
그래도 하나,
스스로를 탐구하는 뚝심만큼은 잃지 않았다.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내가 어떤 노래를 선호하는지,
어떤 결말의 영화를 좋아하는지
아주 사소한 취향의 방향들을 발견하게 됐다.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꽤 괜찮았다.
요즘은 모든 게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진다.
유행은 순식간에 만들어지고, 또 금방 휘발된다.
탕후루, 두쫀쿠, 봄동비빔밥, 버터떡.
허니버터칩은 이제 언급하기도 민망하리 만큼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빠르게 소비되는 흐름 속에서
몇몇의 사람들은
남들이 모르는 것,
혹은 나만 알고 싶은 것들을 찾기 시작한다.

지금 동대문 DDP에서 열리고 있는
‘울트라 백화점: 포스트 서브컬처’.

이 전시는
제품 자체보다 그 뒤에 있는 창작자의 태도,
그리고 고집스럽게 쌓아온 시간에 집중한다.
여기서 말하는 서브컬처는
유행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맥락을 쌓아가는 방식,
그 자체에 가깝다.
‘울트라 백화점: 포스트 서브컬처’ 는
그저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것들을 골라 담으며
자연스럽게 깊이 관여하게 된다.
그래서 더 재밌다.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고,
주류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방향을 지켜가는 사람들.
나는 그런 태도를 좋아한다.
취향을 잃지 않는 것,
결국은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이라고 믿는다.

글  :  황보라 에디터

bora@wefeel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