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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사랑이 사라진 시대에, 사랑을 다시 발명하는 법

이찬혁 〈멸종위기사랑〉, 종말론처럼 들리는 가장 경쾌한 사랑의 선언

미디어2026. 05. 28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은 2025년 7월 14일 발매된 앨범 《EROS》에 수록된 곡으로, 작사에는 이찬혁이, 작곡에는 이찬혁·MILLENNIUM·시황·이진협이 참여했다. 이 곡은 사랑이 멸종하고 미움과 무관심이 더 익숙해진 시대를 상상하면서, 동시에 그 사랑을 다시 살려내고 싶어 하는 노래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평에서도 이 곡은 “사랑이 멸종하고 미움만이 가득한 것 같은 작금의 세상”을 경쾌하고 아름답게 빚어낸 작품으로 평가됐다.  

이 노래의 첫인상은 밝다. 복고적인 신시사이저, 경쾌한 리듬, 가스펠과 소울의 질감을 품은 코러스는 마치 축제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위에 얹힌 가사는 전혀 가볍지 않다. “사랑의 종말론”이라는 표현처럼, 이 곡은 사랑이 사라져가는 세계를 거의 묵시록처럼 그린다. 밝은 사운드와 어두운 메시지의 충돌은 이찬혁 특유의 블랙유머이자, 이 곡을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닌 시대 진단으로 만든다.  

〈멸종위기사랑〉의 핵심 주제는 ‘사랑의 희소성’이다. 우리는 매일 사랑이라는 단어를 듣고, 사랑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러나 정작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고, 기다리고, 책임지는 사랑은 점점 드물어진다. 이 곡은 그 모순을 정확히 찌른다. 사랑은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사랑은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는 역설이다.



가사 속 “Back in the day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대”라는 문장은 과거를 낭만화하는 동시에 현재를 비춘다. 예전에는 더 순수했고 지금은 타락했다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사랑을 얼마나 쉽게 계산하고, 소비하고, 대체 가능한 감정처럼 다루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사랑이 하나의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옵션처럼 취급되는 시대에, 이 문장은 꽤 날카롭게 들린다.  

이 곡이 전달하는 가치관은 분명하다. 사랑은 효율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것. 관계는 거래가 아니며, 마음은 조건표가 아니라는 것. 현대인은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되었지만, 그만큼 더 쉽게 비교하고 더 빠르게 포기한다. 〈멸종위기사랑〉은 그 편리함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의 밀도를 다시 묻는다.

위로의 지점은 의외로 밝다. 이 노래는 사랑이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Revive it somehow”라는 요청처럼, 어떻게든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이 멸종위기라는 말은 절망이 아니라 경고다.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지킬 수 있기 때문에 붙는 이름이다.  



공감 포인트는 ‘사랑을 믿고 싶지만 어려워진 시대감’이다. 우리는 사랑을 원하면서도 상처를 두려워한다. 진심을 바라면서도 조건을 따진다. 깊은 관계를 원하면서도 쉽게 피로해진다. 〈멸종위기사랑〉은 이 모순을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그 모순을 음악적으로 보여준다. 흥겨운 리듬 위에서 종말을 노래하는 방식 자체가, 지금 우리의 감정 상태와 닮아 있다.

철학적으로 보면 이 곡은 사랑의 존재론을 묻는다. 사랑은 인간에게 본능인가, 선택인가, 아니면 사회가 만들어낸 오래된 신화인가. 만약 사랑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무엇을 잃게 되는가. 이찬혁은 이 질문을 무겁게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가스펠적인 코러스와 팝의 멜로디를 통해, 사랑을 거의 종교적 믿음처럼 다시 소환한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평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 곡은 신스팝과 가스펠, 어두움과 밝음, 사랑과 미움처럼 섞이기 어려운 요소들을 한 곡 안에 공존시킨다. 이 충돌은 곡의 메시지와도 닮아 있다. 사랑 역시 언제나 순수하지만은 않다. 미움, 불안, 계산, 외로움과 뒤섞인 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멸종위기사랑〉이 흥미로운 이유는 사랑을 감상적인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곡에서 사랑은 개인의 감정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자원이다. 사랑이 사라진 사회는 단순히 연애가 줄어든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믿고 돌보는 능력을 잃어가는 사회다. 그래서 이 노래는 연애담처럼 시작하지만, 결국 공동체의 문제로 확장된다.

결국 〈멸종위기사랑〉은 사랑의 부재를 노래하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곡이다. “사랑의 종말론”은 “사랑해 정말로”처럼 들리고, 그 언어유희 속에서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발생한다. 이찬혁은 사랑이 사라진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누구보다 사랑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노래한다.  

이 노래를 듣고 나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들린다. 흔해서 가벼운 말이 아니라, 너무 자주 쓰였기 때문에 오히려 다시 지켜야 할 말. 〈멸종위기사랑〉은 그 말을 멸종위기종처럼 조심스럽게, 그러나 경쾌하게 우리 앞에 데려다 놓는다.

“사랑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찾고 있다.”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사랑”
이찬혁 (LEE CHANHYUK) - '멸종위기사랑'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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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미디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