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 전시
아름다움은 언제부터 선택이 되었을까 뮤지컬 〈렘피카〉는 한 화가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진짜로 다루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선택하는 용기다.
뮤지컬 〈렘피카〉는 폴란드 출신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삶을 바탕으로 한다.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한 그녀는 아르데코 양식의 대표적인 화가로, 강렬한 색채와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 독특한 미학을 구축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매끄럽고, 차갑고, 동시에 관능적이다.
이 작품의 세계관은 격변의 시대 위에 놓여 있다. 러시아 혁명, 망명, 새로운 도시, 새로운 관계. 렘피카는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그녀의 생존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타협과 선택, 욕망과 계산이 동시에 작동한다.
“나는 나를 그린다.”
이 문장은 렘피카라는 인물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그녀에게 그림은 표현이 아니라 선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역할을 따르기보다,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식.
뮤지컬은 렘피카의 삶을 단순한 성공 서사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의 모순을 드러낸다. 사랑을 선택하면서도 잃고, 성공을 얻으면서도 고립된다. 그녀는 자유를 원했지만, 그 자유는 대가를 요구한다.


특히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욕망’이다. 렘피카는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사랑, 성공, 인정, 그리고 아름다움. 그녀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선택한다. 이 점에서 〈렘피카〉는 묻는다. 우리는 왜 욕망을 숨기려 하는가. 음악은 이 감정을 강렬하게 밀어붙인다. 현대적인 사운드와 리듬은 렘피카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녀의 넘버는 고백이 아니라 선언에 가깝다. 관객은 그녀를 이해하기보다, 체험하게 된다. 동시에 작품은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렘피카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사랑은 위로이면서도, 동시에 갈등의 원인이 된다. 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완전히 머무르지 않는다. 이 불안정함은 그녀의 삶 전체를 관통한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혼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는 일이다.” 이 문장은 작품이 남기는 가장 날카로운 통찰이다. 우리는 자유를 원하지만, 동시에 관계 속에 머물고 싶어 한다. 렘피카는 그 균형을 끝내 찾지 못한다. 그러나 그 실패마저도 그녀의 일부다. 무대는 시각적으로 강렬하다. 기하학적 구조와 조명, 색채는 렘피카의 회화 스타일을 그대로 확장한다. 관객은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 이 시각적 연출은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렘피카〉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타인의 기준에 맞는 안정된 삶인가, 아니면 스스로 정의하는 불안정한 삶인가. 이 작품이 주는 위로는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선택은 언제나 모순을 동반하지만, 그 선택 자체가 곧 자신의 삶이 된다는 것.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