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스트
반말 미디어에 찾아온 여덟 번째 친구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해. 나는 30대에 서울에서 영월로 귀촌을 선택한 87년생 이해범이고, 올해 40이야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이나 행동은? 눈 뜨자마자 바로 일어나진 않고, 의식 들면 눈 감은 상태에서 손발부터 풀어. 목이랑 무릎 풀고 스트레칭 좀 하고, 커튼 걷고 창밖 한 번 보고. 다시 앉아서 가부좌 틀고 명상해. 들숨, 날숨에 집중하면서. 한 15~20분 정도? 집중 떨어질 때까지 하다가 그때 하루 시작해. 명상 꾸준히 하는 거 쉽지 않던데 맞아 맞아. 나도 처음엔 힘들었어. 그래서 따로 시간 빼서 하려고 하면 안 되더라고. 그래서 그냥 “눈 뜨자마자 하자” 이렇게 정했지. 한 2~3년 하니까 확실히 도움 되는 느낌은 있어. 호흡에 집중하면서 내면의 그릇을 좀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웃음)

최근에 구매한 물건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거 있어? 무릎 보호대. 이게 한쪽에 7만 원이라서 두 개 하면 14만 원이거든? “이게 맞나?” 진짜 고민 많이 했어. 나 가성비 따지는 스타일이라서. 근데 써보니까… 아 비싼 이유가 있더라. 무릎을 확 잡아주는 느낌이 있고 운동할 때 뭔가 1.5배 되는 느낌도 있어. 최근에 산 것 중엔 제일 만족한 물건이야. 좋아하는 시간대는? 밤 12시부터 새벽 2시. 민박 운영하다 보면 저녁까지 계속 일이 있어. 손님 응대하고, 저녁 준비하고, 정리하고 하면 보통 10시 넘거든. 씻고 나면 12시쯤 되는데 그때부터가 내 시간이야. 그때 글도 쓰고, 필사도 하고, 영상 편집도 하고… 그 시간대의 내가 제일 일정해서 좋아. 취미 부자인 거 같아. 앗 그 말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 말 철회해 주세요. (웃음) 앗 취소 취소! 다시! 재능이 진짜 많은 거 같아 아니 뭐, 취미 부자 맞긴 하지. (웃음) 근데 그 말은 뭔가 맛만 보고 그만두고, 찍먹하고 끝내는 느낌이라서. 나는 뭔가 한다고 하면 남한테 가르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나 이거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수영이랑 복싱이야. 나머지는 그냥… 할 줄 아는 정도야. (웃음) 농촌 피트니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거야? 이게 도시는 운동할 데가 많잖아. 근데 여기는 운동 할 데가 없어 차 타고 나가야 되고, 저녁 6시만 되도 다 문 닫고. 어르신들은 농번기엔 이동도 힘들고. 운동하는데 한계가 있더라구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다가 일하다가 잠깐이라도 할 수 있는 운동을 생각한 거야. 농기구를 이용해서 삽질하다가도 잠깐 스트레칭하고, 그걸로 스쿼트도 하고. 노동은 운동이 아니거든. 그래서 짧게라도 운동할 수 있게 그걸 만들어보고 싶었어.


아무 제약이 없다면 지금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뭐야? 아 이거 나도 좀 생각해봤는데, 지금 사실 완전히 제약이 없는 상태는 아니긴 한데 그래도 하고 싶은 건 거의 다 하려고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 물론 예약 있는 날도 있고, 숙소 손님 응대해야 할 때도 있고, 가끔 대출금 날짜 다가오면 돈 때문에 살짝 쫓기는 느낌도 있고 그렇지. 근데 나는 오히려 아무 제약이 없으면 인생의 역치가 너무 높아져서 별로 감흥이 없을 것 같거든. 그래서 이 정도 긴장감은 있는 게 딱 좋다고 생각해. 그 안에서는 나름 제약 없이 살고 있다고 느끼고, 그래서 지금은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 몽상가의 정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 (웃음) 사실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고. 아내가 하자고 해서 시작했어. 아내가 PPT 만들어서 나한테 발표까지 했거든. (웃음) 나는 귀촌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좀 회의적이었는데 땅 보러 다니면서 생각이 바뀌더라. “아 이런 삶도 괜찮겠다” 이렇게. 제일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집 짓기. 땅 사고, 개간하고, 구조를 만들고, 집 올리고, 집과 도로를 연결시키는 다리 놓고… 이런 과정들이 정말 쉽지 않아 근데 이걸 다 직접 했거든.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내가 막내 인부로 들어갔어 (웃음) 소장님한테 혼나면서 시멘트 나르고 벽돌 나르고…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애착이 가.


조바심이 났거나 부담감 때문에 일을 망쳤던 적은 없었어? 집 지을 때! 그때는 좀 많이 예민했던 것 같아. 시골이다 보니까 이웃분들이 가끔 오셔서 뭐라고 하시거나 훈계하는 느낌 들면 내가 바로 받아치고 좀 까칠하게 굴었던 것 같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내가 좀 긁혀 있었던 거지. 이장님이랑은 일부러 친해지려고 잘 지냈는데, 다른 분들한테는 괜히 더 날카롭게 반응했던 것 같고. 돌아보면 좀 경솔했고, 솔직히 죄송한 마음도 있어. 힘들 땐 어떻게 풀어? 운동. 무조건 운동! 만능운동법칙!. 가볍게 하는 게 아니라 숨이 턱까지 찰 때까지 하는 거. 그렇게 하고 나면 머리가 진짜 맑아져. 그래서 나는 운동으로 다 풀어. 제일 듣기 좋았던 칭찬은? 아 이게 남자는 인정받으려고 산다는 말 있잖아. 나도 예전에는 엄마한테 인정받고 싶었고, 지금은 아내한테 인정받으려고 사는 느낌이 좀 있어. 근데 아내가 되게 냉철한 스타일이라 칭찬을 거의 안 하거든. 얼마 전에 내가 복싱 경기 나간 적 있는데, 그걸 보고 처음으로 “이건 진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단하다” 이렇게 얘기해줬어.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고, 자존감도 좀 많이 올라갔던 것 같아.


스스로 좀 멋있다 싶은 부분이 있어?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내가 좀 육각형에 가까운 인간이라서. (웃음) 꽉 찬 육각형 말고 조그마한 육각형! 완벽하진 않은데 어느 정도는 다 할 줄 아는 느낌? (웃음) 최근에 ‘옥수수런’이라고, 옥수수를 주제로 한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어. 언젠가는 한번 대회를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었거든. 근데 막상 열려고 하니까 “이걸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었어. 그래도 대회도 잘 마무리하고 사람들이 되게 즐거워하고 부스 참여한 영월 분들도 만족해하는 걸 보니까 그때 좀 많이 뿌듯했고,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어..


오 그러면 언제가 가장 행복해? 하루를 진짜 다 쏟았을 때. 아침부터 숙소 손님들 챙기면서 계속 움직이고, 아이들 수영도 가르치고, 운동까지 하고 나면 그날 에너지를 그냥 다 써버린 느낌이 들거든. 그렇게 하루를 꽉 채우고 나서 집 와서 씻고 누우면 바로 기절해. 그때 “아 오늘 하루 잘 썼다” 이 느낌이 딱 있어. 그게 제일 좋아 10년 후 너에게 한마디 한다면? 해범아, 50이네 많이 늙었다. 근데 지금이, 너의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라는거 알고 있지? 중학생 때 30 이후 인생 상상 못 했잖아. 지금은 그때 기준으로 보면 완전 미지의 세계야. 아마 지금보다 더 무겁고, 더 어려운 일들도 맡고 있겠지. 근데 너무 버겁게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 숨 쉬고 있는 이 시간이 그냥 덤으로 받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쏟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50의 이해범, 파이팅. 앞으로 계획이 있어? 없어.(웃음) 계획 없는 게 계획이야. 영화에서도 그런 얘기 나오잖아, 계획 없는 게 제일 큰 계획이라고. 눈앞에 있는 일들을 그냥 하나씩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서 해결해왔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지금의 내가 된 것 같거든. 앞으로도 똑같이 눈앞에 있는 일 벌리고, 또 해결하고,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해서 하다 보면 오늘보다 조금 더 재밌는 하루를 살고 있지 않을까 싶어. 그게 내 계획이야.
글 : 강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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