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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반말 인터뷰> 영월 홍반장 이해범

반말 미디어에 찾아온 여덟 번째 친구

강선정2026. 03. 28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해.
나는 30대에 서울에서 영월로 귀촌을 선택한 87년생 이해범이고,
올해 40이야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이나 행동은?
눈 뜨자마자 바로 일어나진 않고,
의식 들면 눈 감은 상태에서 손발부터 풀어.

목이랑 무릎 풀고 스트레칭 좀 하고,
커튼 걷고 창밖 한 번 보고.

다시 앉아서 가부좌 틀고 명상해.
들숨, 날숨에 집중하면서.

한 15~20분 정도?
집중 떨어질 때까지 하다가
그때 하루 시작해.

명상 꾸준히 하는 거 쉽지 않던데
맞아 맞아. 나도 처음엔 힘들었어.
그래서 따로 시간 빼서 하려고 하면 안 되더라고.

그래서 그냥 
“눈 뜨자마자 하자” 
이렇게 정했지.
한 2~3년 하니까 확실히 도움 되는 느낌은 있어.

호흡에 집중하면서 
내면의 그릇을 좀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웃음)
조용히 시작하는 아침
최근에 구매한 물건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거 있어?
무릎 보호대.

이게 한쪽에 7만 원이라서 두 개 하면 14만 원이거든?
“이게 맞나?” 진짜 고민 많이 했어.
나 가성비 따지는 스타일이라서.

근데 써보니까… 
아 비싼 이유가 있더라.

무릎을 확 잡아주는 느낌이 있고
운동할 때 뭔가 1.5배 되는 느낌도 있어.
최근에 산 것 중엔 제일 만족한 물건이야.

좋아하는 시간대는?
밤 12시부터 새벽 2시.

민박 운영하다 보면 저녁까지 계속 일이 있어.
손님 응대하고, 저녁 준비하고, 정리하고 하면
보통 10시 넘거든.

씻고 나면 12시쯤 되는데
그때부터가 내 시간이야.

그때 글도 쓰고, 필사도 하고,
영상 편집도 하고…

그 시간대의 내가 제일 일정해서 좋아.

취미 부자인 거 같아.
앗 그 말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 말 철회해 주세요. (웃음)

앗 취소 취소! 다시! 재능이 진짜 많은 거 같아
아니 뭐, 취미 부자 맞긴 하지. (웃음)
근데 그 말은 뭔가 맛만 보고 그만두고, 찍먹하고 끝내는 느낌이라서.

나는 뭔가 한다고 하면
남한테 가르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나 이거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수영이랑 복싱이야.

나머지는 그냥… 할 줄 아는 정도야. (웃음)

농촌 피트니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거야?
이게 도시는 운동할 데가 많잖아.

근데 여기는 운동 할 데가 없어
차 타고 나가야 되고, 저녁 6시만 되도 다 문 닫고.
어르신들은 농번기엔 이동도 힘들고.
운동하는데 한계가 있더라구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다가
일하다가 잠깐이라도 할 수 있는 운동을 생각한 거야.
농기구를 이용해서 삽질하다가도 잠깐 스트레칭하고, 그걸로 스쿼트도 하고.

노동은 운동이 아니거든.
그래서 짧게라도 운동할 수 있게
그걸 만들어보고 싶었어.
잡지 ‘살기좋은 영월’에 농기구로 하는 체력 단련법을 소개
삽 한자루 있으면 ‘근력운동의 꽃’ 데드리프트도 거뜬
아무 제약이 없다면 지금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뭐야?
아 이거 나도 좀 생각해봤는데,
지금 사실 완전히 제약이 없는 상태는 아니긴 한데
그래도 하고 싶은 건 거의 다 하려고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

물론 예약 있는 날도 있고, 숙소 손님 응대해야 할 때도 있고,
가끔 대출금 날짜 다가오면 돈 때문에 살짝 쫓기는 느낌도 있고 그렇지.

근데 나는 오히려
아무 제약이 없으면 인생의 역치가 너무 높아져서
별로 감흥이 없을 것 같거든.

그래서 이 정도 긴장감은 있는 게 딱 좋다고 생각해.
그 안에서는 나름 제약 없이 살고 있다고 느끼고,
그래서 지금은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

몽상가의 정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
(웃음) 사실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고.
아내가 하자고 해서 시작했어.

아내가 PPT 만들어서
나한테 발표까지 했거든. (웃음)

나는 귀촌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좀 회의적이었는데
땅 보러 다니면서 생각이 바뀌더라.

“아 이런 삶도 괜찮겠다”
이렇게.

제일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집 짓기.

땅 사고, 개간하고, 구조를 만들고, 집 올리고, 집과 도로를 연결시키는 다리 놓고…
이런 과정들이 정말 쉽지 않아
근데 이걸 다 직접 했거든.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내가 막내 인부로 들어갔어 (웃음)
소장님한테 혼나면서 시멘트 나르고 벽돌 나르고…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애착이 가.
부디 포근하고 안전한 집 내려주시옵소서.
토목 작업을 하다 커다란 돌멩이가 나왔다.
조바심이 났거나 부담감 때문에 일을 망쳤던 적은 없었어?
집 지을 때! 그때는 좀 많이 예민했던 것 같아.

시골이다 보니까 이웃분들이 가끔 오셔서 뭐라고 하시거나
훈계하는 느낌 들면 내가 바로 받아치고 좀 까칠하게 굴었던 것 같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내가 좀 긁혀 있었던 거지.
이장님이랑은 일부러 친해지려고 잘 지냈는데,
다른 분들한테는 괜히 더 날카롭게 반응했던 것 같고.

돌아보면 좀 경솔했고, 솔직히 죄송한 마음도 있어.

힘들 땐 어떻게 풀어?
운동. 무조건 운동!
만능운동법칙!.

가볍게 하는 게 아니라
숨이 턱까지 찰 때까지 하는 거.

그렇게 하고 나면
머리가 진짜 맑아져.

그래서 나는 운동으로 다 풀어.

제일 듣기 좋았던 칭찬은?
아 이게 남자는 인정받으려고 산다는 말 있잖아.

나도 예전에는 엄마한테 인정받고 싶었고,
지금은 아내한테 인정받으려고 사는 느낌이 좀 있어.

근데 아내가 되게 냉철한 스타일이라 칭찬을 거의 안 하거든.

얼마 전에 내가 복싱 경기 나간 적 있는데, 그걸 보고 처음으로
“이건 진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단하다”
이렇게 얘기해줬어.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고, 자존감도 좀 많이 올라갔던 것 같아.
#iamboxer
스스로 좀 멋있다 싶은 부분이 있어?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내가 좀 육각형에 가까운 인간이라서. (웃음)
꽉 찬 육각형 말고 조그마한 육각형!

완벽하진 않은데
어느 정도는 다 할 줄 아는 느낌? (웃음)

최근에 ‘옥수수런’이라고, 옥수수를 주제로 한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어.

언젠가는 한번 대회를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었거든.
근데 막상 열려고 하니까
“이걸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었어.

그래도 대회도 잘 마무리하고
사람들이 되게 즐거워하고
부스 참여한 영월 분들도 만족해하는 걸 보니까

그때 좀 많이 뿌듯했고,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어..
분명 많은 부분이 미숙했던 첫 대회였지만 누군가 한 명이 아닌, 다수와 함께 나름 성공에 가까운 대회 마침표를 찍었다.
오 그러면 언제가 가장 행복해?
하루를 진짜 다 쏟았을 때.

아침부터 숙소 손님들 챙기면서 계속 움직이고,
아이들 수영도 가르치고, 운동까지 하고 나면
그날 에너지를 그냥 다 써버린 느낌이 들거든.

그렇게 하루를 꽉 채우고 나서
집 와서 씻고 누우면 바로 기절해.

그때
“아 오늘 하루 잘 썼다”
이 느낌이 딱 있어.

그게 제일 좋아

10년 후 너에게 한마디 한다면?
해범아, 50이네 많이 늙었다.
근데 지금이, 너의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라는거 알고 있지?

중학생 때 30 이후 인생 상상 못 했잖아.
지금은 그때 기준으로 보면
완전 미지의 세계야.

아마 지금보다 더 무겁고, 더 어려운 일들도 맡고 있겠지.
근데 너무 버겁게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 숨 쉬고 있는 이 시간이
그냥 덤으로 받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쏟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50의 이해범, 파이팅.

앞으로 계획이 있어?
없어.(웃음)
계획 없는 게 계획이야.

영화에서도 그런 얘기 나오잖아,
계획 없는 게 제일 큰 계획이라고.

눈앞에 있는 일들을 그냥 하나씩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서 해결해왔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지금의 내가 된 것 같거든.

앞으로도 똑같이
눈앞에 있는 일 벌리고, 또 해결하고,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해서 하다 보면
오늘보다 조금 더 재밌는 하루를 살고 있지 않을까 싶어.

그게 내 계획이야.

글  :  강선정 에디터

choicek@wefeel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