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반말 미디어에 찾아온 열여덟 번째 친구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해. 제로라고 불러. 사실 이름을 두 개 써. 광고 쪽에서는 ‘제로’를 쓰고, 브랜드 쪽에서는 본명인 김현섭을 쓰거든. 근데 대부분 제로 감독, 제로 이렇게 불러서 여기서는 그냥 편하게 제로라고 할게. 광고 일은 오래했어. 1999년부터 시작했고, 처음엔 광고 디자이너였어. 지금은 광고 프로덕션에서 연출하고 감독 일을 하고 있고, 2020년부터는 르페어리라는 향기·퍼스널 케어 브랜드도 같이 운영하고 있어. 요즘 스스로를 한마디로 뭐 하는 사람 같아? 이게 좀 애매해. 광고도 하긴 하는데 지금은 거의 브랜드에 올인했거든. 비율로 보면… 한 90%? 그래서 요즘은 감독보다는 창업자에 가까운 것 같아. 근데 또 광고 안 하는 건 아니라서 이게 좀 애매해 ㅋㅋ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아기가 깨워서 일어나. 생각할 틈도 없어. 먹이거나 치우거나. 매일 조금씩 다르긴 한데 일단 육아부터 시작이지. 최근에 산 물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DJI 무선 마이크. 아이폰에 바로 연결되는 건데 요즘 소형 장비 진짜 너무 잘 나오더라. “와 이렇게 좋아졌어?” 싶었어. 좋아하는 시간대 있어? 아기랑 아기 엄마가 자고 난 뒤. 그리고 그들이 일어나기 전. 그 시간이 제일 좋아. 나는 아내와 아기랑 노는 것도 진짜 좋아하는데 일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부족하거든. 그래서 모두 자고 난 조용한 시간에 한두 시간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이 되게 소중해. 요즘엔 AI를 많이 파고 있어. 영상보다 오히려 코딩 쪽. 브랜드 운영에 도움될 만한 것들을 계속 보고 있어. 아무 제약 없으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ㅋㅋ 얼마 전에 반나절 정도 호텔에 혼자 있었던 적이 있는데 진짜 너무 좋더라. 넷플릭스를 켰는데 오히려 집중도 안 되고 그냥 누워 있었어. 그게 너무 좋았어. 요즘 가장 좋았던 작품은? <폭싹 속았수다> 진짜 너무 잘 만들었더라. 연기, 연출, 작품 퀄리티까지 보면서 계속 감탄했어. 예전에 광고 촬영으로 아이유를 만난 적도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 배우로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와, 저 정도 작품은 대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걸까?” 부럽기도 했고 좋은 자극도 많이 받았어.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한 거야? 진짜 단순해. 하고 싶어서. 19살 때 시작했거든. 그때는 뮤직비디오 감독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그래서 그냥… 우겼어. 회사도 우겨서 들어가고 감독님한테도 계속 연락해서 들어가고 지금 생각하면 용기라기보다는 그냥 고집이었던 것 같아. “이건 꼭 해보고 싶다” 그게 컸어.


그럼 지금까지 계속 하는 이유는 뭐야? 좋아하니까도 있고, 지금 하는 브랜드에도 내가 해왔던 광고 경험이 그대로 다 들어가. 영상, 이미지, 브랜딩… 이게 다 연결돼 있거든. 그래서 지금은 더 필요해진 느낌이야. 기억에 남는 작업 하나만 꼽는다면? 리니지 2M 광고 불가리아 가서 찍었는데 진짜 영화처럼 찍었어. 규모도 크고, 예산도 크고 “와 이거 제대로 했다” 싶은 작업이었지. 근데 그거 찍고 나서 바로 코로나 터짐 ㅋㅋ “이제 게임 광고 다 내가 한다” 했는데… 마지막에 화룡정점 찍고 사라진…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사람들은 영화 같다고 많이 말하는데 난 그걸 먼저 생각하진 않아. 제일 중요한 건 “이 브랜드가 뭔가?” 이 브랜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 제품이 어떤 감정으로 전달돼야 하는지 그걸 먼저 보는 편이야. 연출은 그 다음이야. 근데 요즘은 광고 시장이 많이 바뀌었지. 퀄리티보다 얼마나 빨리 시선을 잡느냐가 더 중요해졌어. 좀 아쉽긴 해. 향으로 어떤 감정을 만들고 싶었어? 되게 감성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야 ㅋㅋ 완전히 현실적이었어. 한국에도 이솝 같은 프리미엄 공간 브랜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우리는 개인보다 공간(B2B)에 더 집중하고 있어. 시그니엘에도 들어갔고 지금은 일본 수출도 하고 있어.


일하면서 힘든 순간 많지 않아? 많지. 근데 이거 과거형 아니야. 지금도 그래 ㅋㅋ 광고는 납품하면 끝나거든. 프로젝트니까. 근데 브랜드는… 끝이 없어. 365일 계속 생각해야 돼. 돈, 유통, 사람, 투자… 다 내가 해야 되니까. 완전 다른 게임이야 이거. 그럼 어떻게 버텨? 버티는 방법? 그런 거 없어. 그냥 해야 되니까 하는 거지. 하나씩 쳐내는 거. 그게 버티는 거야. 안 하면… 뭐 죽는 거지 ㅋㅋ 기억에 남는 칭찬 있어? 리뷰. 우리 제품 쓰고 남겨주는 글들. 내가 의도한 포인트를 딱 알아보고 써주면 진짜 좋지. 그게 제일 기분 좋아.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잘한다기보다… “안 무너지고 가고 있다” 나 완전 비전공으로 시작했거든. 제조도 모르고, 유통도 모르고. 근데 지금 수출도 하고 있고 어쨌든 굴러가고 있잖아. 그거면 됐지 뭐. 너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건 뭐야? 가족. 이건 고민할 것도 없어.

10년 후의 나한테 한마디 한다면? 어렵다 이거 ㅋㅋ 음… “다 지나간다. 걱정하지 마.” 그리고 그때는 좀 여유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하고 싶은 거 있어? 지금 하는 거 계속 잘하는 거. 더 많은 나라에 알리고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사랑받는 거. 그게 목표야.

글 : 강선정 에디터
choicek@wefeel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