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 전시
관객과 배우 사이, 보이지 않던 경계를 허물다 배우 박신양은 오랫동안 무대와 화면 속에서 타인의 삶을 살아왔다. 전시쑈 〈제 4의 벽〉은 그가 마침내 관객을 향해 직접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박신양의 전시쑈 〈제 4의 벽〉은 단순한 미술 전시도, 공연도 아니다. 배우로서의 시간과 화가로서의 탐구가 결합된 복합적 형식의 프로젝트다. 그는 오랜 시간 회화를 공부하고 작업해왔고, 이번 전시는 그 작업 세계를 ‘쇼’라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제목이 암시하듯, 핵심 키워드는 ‘경계’다. 무대 위 배우와 객석의 관객 사이, 작품과 감상자 사이, 예술과 일상 사이. 우리는 늘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왔다. 배우는 연기하고, 관객은 본다. 화가는 그리고, 관람자는 해석한다. 그러나 이 전시는 그 역할을 교란한다.
“나는 더 이상 역할을 연기하지 않는다.”
이 선언은 작품의 출발점처럼 보인다. 박신양은 전시 공간에서 자신의 작업 과정을 드러내고, 때로는 직접 말하고 움직이며 관객을 끌어들인다. 그는 결과물만을 보여주기보다, ‘과정’을 공유한다. 완성된 그림보다 고민과 흔적이 강조된다.
작품들은 강한 색채와 반복적 제스처를 특징으로 한다. 인물의 형상은 분명하지 않고, 선은 때로 거칠다. 그 안에는 감정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배우로서 타인의 감정을 표현해온 시간이, 화가로서의 붓질에 스며 있는 듯하다.
전시쑈라는 형식은 관객을 수동적 위치에 두지 않는다. 그는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며, 예술가로서의 불안과 집착을 숨기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제4의 벽’은 실제로 흔들린다. 관객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대화의 상대가 된다.


이 전시는 예술이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는 질문의 과정임을 드러낸다. 우리는 흔히 예술가를 완성된 존재로 상상한다. 그러나 박신양은 미완의 상태를 인정한다. 배우에서 화가로, 익숙한 자리에서 낯선 영역으로 옮겨가는 선택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불안과 도전이 작품 곳곳에 남아 있다. 철학적으로 보면, 〈제 4의 벽〉은 자아에 대한 탐구다. 우리는 각자의 무대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직장인, 부모, 친구, 연인. 그리고 때로는 그 역할에 너무 익숙해져 진짜 자신을 잊는다. 이 전시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가. 공간 안에서 관객은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된다.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벽은 더 이상 일방적인 구조가 아니다. 예술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상호 작용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제 4의 벽〉은 말한다. 경계는 존재하기보다, 우리가 설정해온 믿음일 뿐이라고. 전시를 나설 때 남는 것은 화려한 이미지만이 아니다. 질문이다. 나는 어떤 벽 뒤에 서 있었는가. 그리고 그 벽을 허물 용기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