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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빛나지 않던 시간까지 데려가는 이름

HUNTR/X 〈Golden〉, 실패 이후에야 비로소 완성되는 자기 선언

이재혁2026. 02. 05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마저 품어주는 자기 확신의 노래.”
HUNTR/X의 〈Golden〉은 성공을 노래하는 곡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속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이 노래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이미 황금빛에 도달한 사람이 아니라, 그 빛을 향해 걸어오며 수없이 흔들렸던 존재의 목소리. 그래서 이 곡의 ‘Golden’은 상태라기보다 태도에 가깝다.

곡은 자기 확신으로 시작하지만, 그 확신은 허공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패했던 기억, 의심받았던 순간, 스스로를 깎아내렸던 밤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단단함이다. 〈Golden〉은 그 시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조각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이 곡은 단순한 자기애의 노래를 넘어선다.

〈Golden〉이 던지는 핵심적인 가치관은 분명하다. 빛나는 사람은 처음부터 빛나지 않았다는 것. 우리는 흔히 결과만을 본다. 무대 위의 모습, 완성된 이미지, 성공한 이름. 하지만 이 노래는 묻는다. 그 이전의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아무도 보지 않았던 연습실, 스스로를 믿지 못했던 순간들, 그 모든 시간은 실패였을까 아니면 준비였을까.

HUNTR/X는 이 곡에서 자신을 변명하지 않는다. 대신 선언한다.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잘된 선택뿐 아니라, 잘못된 선택까지 포함한 총합이라고. 그래서 〈Golden〉은 위로의 방식도 독특하다. 괜찮다고 말하지 않고, 잘될 거라고 약속하지도 않는다. 다만 지금의 불완전함이 미래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공감 포인트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우리는 아직 ‘골든’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간다. 불안정하고, 비교하고, 스스로를 미완성이라 느끼며 하루를 버틴다. 〈Golden〉은 그 상태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자체를 존중한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실패가 아니라,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는 듯하다.

사운드는 공격적이지 않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도한 장식 없이 직선적으로 뻗어가는 멜로디는 곡의 태도를 닮았다. 꾸며진 자신이 아니라, 통과해온 자신을 인정하겠다는 태도. 그래서 이 노래를 듣고 나면 묘한 감정이 남는다. 당장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조금 덜 미워하게 된다.

〈Golden〉은 결국 자기 서사의 재정의다. 남들이 정해준 기준의 성공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이 노래가 말하는 황금은 외부의 빛이 아니라, 끝까지 버텨온 사람에게만 남는 내부의 광도다. 빛나지 않던 날들을 부정하지 않고, 그 시간까지 함께 데려가는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색.

그래서 〈Golden〉은 응원가라기보다 동행에 가깝다. 앞에서 끌어주지 않고, 뒤에서 밀지도 않는다. 다만 같은 속도로 옆에 서서 말한다. 아직이라서 괜찮다고. 지금 이 상태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 있다고.


I’m still becoming, that’s what makes me golden.

글  :  이재혁 에디터

admin@use9.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