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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진부함을 이기는 감정에 대하여

사랑을 말하는 오래된 방식들이 오늘의 우리를 다시 설득하는 순간

이재혁2026. 01. 06
사랑의 위대함을 찬미하는 일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오히려 너무 많이 반복된 탓에,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진부함의 표식처럼 느껴지는 시대다.
우리는 사랑을 말하는 문장 앞에서 한 발 물러서고, 낭만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에 냉소부터 장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여전히 사랑을 노래한다. 그것도 꽤 집요하게.

아마도 이유는 단순하다. 사랑이라는 소재가 낡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말하는 방식이 언제나 새롭게 갱신되기 때문이다. 같은 단어, 같은 감정일지라도 누가, 어떤 태도로, 어떤 세계관을 품고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설득력을 갖는다. 오늘 우리가 다시 사랑을 믿게 되는 순간은 대개 그런 방식으로 도래한다.
IU의 **‘Love wins all’**은 그 대표적인 예다.
‘사랑이 이긴다’는 문장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지나치게 많이 쓰여 왔다. 그러나 이 노래는 그 문장을 거창한 선언이 아닌, 아주 낮고 단단한 확신으로 건넨다. 혐오와 단절이 일상이 된 세계에서 사랑을 말하는 일은 어쩌면 무모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IU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절제된 가사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다시 호출한다. 이 곡이 특별한 이유는, 사랑을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그래도 우리는 결국 사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조용히 상기시킬 뿐이다.
이 노래가 위로가 되는 지점은 바로 그 태도에 있다.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목소리 하나로 세계를 설득하려는 시도. 그 자체로 ‘Love wins all’은 사랑에 대한 하나의 메타적 증명이 된다.
“Love wins all"
Sik-K & Lil Moshpit의 **‘LOV3’**는 전혀 다른 결에서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지닌 공격성과 트렌디함 위에 ‘사랑의 전파’라는 메시지를 얹는 일은 자칫 진부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LOV3’는 세련된 사운드와 동시대적 감각으로 그 위험을 가볍게 회피한다. 혐오를 멈추고 사랑을 퍼뜨리자는 말은 오래된 문장이지만, 트렌드의 한가운데에 선 뮤지션들이 말할 때 그것은 새로운 윤리처럼 들린다.
특히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를 샘플링한 선택은 인상적이다. 이는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정서적 다리로 기능한다. 마치 오래된 기억 속 사랑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처럼, 이 곡은 개인과 개인,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Stop the hate, spread the love
이상의날개의 **‘스무살’**은 사랑을 가장 은근한 방식으로 말한다.
이 노래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곡을 들으며 사랑을 떠올린다. 정확히는, 지나가 버린 시간과 그 안에 담겨 있던 감정들을. 스무 살의 우리는 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통과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다. 그 시절의 불안, 설렘, 어설픔마저 모두 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스무살’이 주는 공감은 바로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중심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찬란함을, 한 발 물러서서 비로소 인식하게 되는 순간. 이 노래는 청춘을 미화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을 다정하게 불러 세우며 말한다. “그때의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빛나고 있었다”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결국 이 세 곡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정말로 진부해졌는가, 아니면 우리가 사랑을 믿는 방식만 낡아진 것은 아닐까. 음악은 여전히 그 질문에 답하려 한다.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대담하게. 그리고 우리는 그 노랫말 속에서, 여전히 사랑을 믿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발견한다.
어쩌면 사랑이 이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가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결국 다시 그 감정으로 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음악은 그 사실을 가장 솔직한 언어로 증명해 보인다.

글  :  이재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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