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mbnail

도서

정치는 멀리 있지 않다

『결국 국민이 합니다』가 말하는 책임과 선택의 자리

이재혁2026. 01. 07
“정치는 누가 해주기를 기다리는 순간 망가진다. 결국 국민이 해야 한다.”
『결국 국민이 합니다』는 정책 보고서도, 자기 변명도 아니다. 이 책은 정치의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반복해서 되묻는 기록이다. 이재명은 이 책에서 스스로를 영웅으로 세우지 않는다. 대신 정치가 작동하는 구조, 권력이 움직이는 방식,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이 ‘국민’이라는 사실을 집요하게 강조한다.

이 책의 세계관은 냉정할 만큼 현실적이다. 선한 의지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고, 정의로운 말이 자동으로 제도가 되지도 않는다. 정치인은 제도 안에서 움직이고, 제도는 결국 시민의 선택 위에 세워진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정치는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투표와 감시, 요구와 책임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로 정의된다. 참여하지 않는 순간, 권력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전제가 이 세계관의 바탕에 깔려 있다.

『결국 국민이 합니다』의 주제는 명확하다. 민주주의는 위임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라는 것.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권력을 맡겼다면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이재명은 정치의 실패를 개인의 악의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대신 구조의 문제, 무관심의 누적, 책임을 내려놓은 사회 전체의 결과로 바라본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 독자 스스로의 위치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이 지닌 가치관은 책임과 연대에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그 권력을 가능하게 한 시민 역시 공동의 책임을 진다는 관점이다. 이는 부담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민주주의를 소비자가 아닌 주체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관점이기도 하다. 정치에 실망한 사람일수록, 이 책의 메시지는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책의 역할이다.

철학적으로 『결국 국민이 합니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묻는다. 우리는 제도를 믿는가, 아니면 포기했는가. 정치가 늘 실망을 안겨준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순간, 그 빈자리는 더 극단적인 선택으로 채워진다. 이 책은 말한다. 완벽한 정치인은 없지만, 감시받는 권력은 다르다고. 민주주의는 기대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며, 그 관리의 주체는 언제나 국민이라고.

이 책이 주는 위로는 조용하지만 현실적이다. “정치는 원래 더럽다”는 체념 대신, “그래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긴다. 거대한 영웅을 기다리지 말고, 작은 참여를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이상주의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기도 하다. 『결국 국민이 합니다』는 정치에 지친 사람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묻고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정치에 대한 생각이 단번에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지금의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자각이야말로, 민주주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지금, 이 사회에서 어떤 선택을 ‘남의 일’로 남겨두고 있나요?

글  :  이재혁 에디터

admin@use9.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