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양귀자의 『모순』이 보여주는 삶이라는 현실의 얼굴
『모순』을 읽다 보면 삶이 얼마나 자주 자기모순에 빠지는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사람은 분명 행복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행복과 가장 멀어 보이는 선택을 반복한다. 양귀자는 이 소설을 통해 그런 인간의 태도를 비난하지도, 교정하려 들지도 않는다. 대신 그 모순을 삶의 결함이 아니라 본질로 조용히 받아들인다. 이 소설의 세계관은 특별하지 않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더 날카롭다.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반드시 보상받지 못하고, 올바른 선택이 언제나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주인공 안진진이 바라보는 어른들의 삶은 대부분 어긋나 있다. 사랑을 말하면서 상처를 주고,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회피한다. 그러나 『모순』은 그 어긋남을 위선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삶은 늘 여러 감정과 이해관계가 겹쳐진 채 흘러간다고 말한다. 이 작품의 주제는 ‘모순 속에서 살아내는 인간의 태도’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완결되지 않은 선택을 한다. 그들은 늘 최선과 차선 사이에서 망설이고, 때로는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양귀자는 그 불완전함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선택들이 쌓여 각자의 인생이 된다고 말한다. 삶은 논리적으로 정리되는 문제가 아니라, 감정과 현실이 뒤엉킨 상태로 지속되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은 끈질기게 보여준다. 『모순』이 지닌 가치관은 명확하면서도 강요하지 않는다. 바르게 사는 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끝까지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다 보면 타인의 삶을 평가하기보다,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무엇을 중요하다고 말해왔는지, 그리고 실제로는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철학적으로 『모순』은 인간 이해에 대한 소설이다. 사람은 일관된 존재가 아니며, 감정은 늘 가치보다 앞서 움직인다. 이 소설은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복잡해지지만, 동시에 이상한 안도감이 든다. 나만 이렇게 흔들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 모두가 저마다의 모순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조용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이 건네는 위로는 현실적이다. 삶이 곧 정리될 거라는 희망을 말하지 않고, 언젠가 완벽해질 수 있다는 환상도 주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모순적인 상태 그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이해되지 않는 선택을 했던 순간들, 말과 행동이 달랐던 기억들까지 포함해서 그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라고 인정해준다. 『모순』은 그렇게 독자의 삶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글 : 이재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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