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에세이 버전

-

이재혁2025. 12. 15
『데미안』을 다시 펼쳤을 때, 나는 더 이상 싱클레어의 나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그의 불안은 여전히 현재형이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밝은 세계’에 머무는 법을 배웠을까.
틀리지 않는 말, 무난한 선택, 안전한 방향.
싱클레어가 두려워했던 어두운 세계는 어쩌면,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욕망과 질문들일지도 모른다.

데미안은 나에게 한 인물이라기보다 하나의 상태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의 얼굴을 한 목소리, 혹은 스스로에게 끝내 하지 못한 질문.
“너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
이 문장은 위로가 아니라 책임에 가깝다.

아브락사스는 선과 악을 동시에 품은 신이다.
이 개념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가 늘 한쪽만 선택하길 강요받아왔기 때문이다.
착하거나, 옳거나, 바르거나.
하지만 인간은 늘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데미안』은 말해주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대신 조용히 남겨둔다.
너는 지금, 알 안에 있는가. 아니면 금을 내고 있는가.

글  :  이재혁 에디터

admin@use9.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