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김영하 『단 한 번의 삶』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
『단 한 번의 삶』은 김영하가 오랜 시간 쌓아온 사유를 비교적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낸 에세이다. 이 책은 성공이나 자기계발의 언어로 삶을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결국 한 번만 산다”는 너무도 분명하지만 애써 외면해온 전제를 다시 꺼내 놓는다. 이 단순한 문장은 독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동시에 솔직하게 만든다. 이 책의 세계관은 냉정할 만큼 현실적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선택의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 김영하는 삶을 게임처럼 리셋할 수 없는 구조로 설명하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자기 삶을 타인의 기준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경로,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는 결국 개인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삶』의 주제는 선택과 책임이다. 우리는 늘 다른 삶을 상상하며 현재를 불만족스러워한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는 가정 속에서 현재를 깎아내린다. 하지만 김영하는 그 가정을 조용히 해체한다. 다른 삶 역시 또 다른 후회와 결핍을 안고 있었을 것이라고. 중요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선택 이후의 삶을 어떻게 견뎌내고 끌어안느냐는 태도다. 이 책이 지닌 가치관은 솔직함이다. 저자는 삶을 지나치게 낭만화하지도, 비관하지도 않는다. 실패와 무기력, 방향 감각을 잃은 순간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그 솔직함은 독자에게 묘한 위로를 준다. 잘 살아내지 못한 순간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방황 역시 삶의 일부라는 인식이 마음의 부담을 덜어준다. 철학적으로 『단 한 번의 삶』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다룬다. 우리는 늘 미래를 위해 현재를 유예하지만, 그 미래는 생각보다 빠르게 현재가 된다. 김영하는 말한다. 삶은 준비 기간이 아니라 실행의 연속이라고. 완벽해진 다음에 시작하려는 태도는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게 만든다. 이 책은 서툰 상태로 살아가는 용기를 이야기한다. 이 책의 공감 포인트는 ‘불완전한 나’에 대한 인정이다. 끊임없이 더 나은 버전의 자신을 요구받는 시대 속에서, 『단 한 번의 삶』은 지금의 나로도 충분히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더 잘 살기 위한 조언이 아니라, 이미 살고 있는 삶을 조금 덜 미워하는 방법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조용히 마음에 스며든다. 『단 한 번의 삶』은 독자를 다그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지금의 선택이 남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은 아닌지, 정말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이 질문들은 읽는 동안보다 책을 덮은 이후에 더 오래 남는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삶의 태도는 명확하다. 인생이 단 한 번뿐이기에 조심스럽게, 그러나 너무 미루지 말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김영하는 우리에게 더 잘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삶을 자기 것이라고 인정하라고 말한다. 그 인식 하나만으로도 삶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이 책은 조용히 증명한다.
글 : 이재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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