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사라지는 계절들 사이에서 마음은 어디로 향하는가
여름이 너무 길어졌다는 말이 어느 순간 농담이 아니게 됐다. 청예의 『일억 번째 여름』은 이 불안을 한 걸음 더 밀어붙여, **“정말 여름이 끝나지 않는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세계에서 사람들은 두 집단으로 나뉘고, 더 시원한 곳을 가진 쪽이 더 많은 권력을 갖는다. 기후 위기 속 격차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 소설이 아니어도 될 것 같은 씁쓸함이 남는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서로 다른 능력과 몸을 가진 이복 형제 일록과 이록이 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서 있지만, 둘이 바라보는 마음의 방향은 닮아 있다.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은 때때로 잔인하고, 때때로 구원에 가깝다. 소설이 전하고 싶은 건 거대한 멸망보다 그 끝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이다. “자연에는 악의도 선의도 없다. 그저 흔들릴 뿐이다.” “나는 언제나 그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 책을 덮으면 묘한 위로가 남는다. 세계가 기울어도, 사람은 결국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기울이며 살아간다는 사실. 그 마음이 어쩌면 우리가 견디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글 : 이재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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