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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반말 인터뷰> 헤어디자이너 PETE KANG

반말 미디어에 찾아온 네 번째 친구

황보라2026. 03. 09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해
PETEKANG SALON&ACADEMY를 운영하고 있는 피트강이야.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이나 행동은?
 “와쌉은 어딨나.”
와쌉이라고 키우는 고양이가 있어.
걔가 항상 나랑 같이 자는데, 겨울에는 내 팔을 베고 자거든.
근데 오늘은 날이 좋아서인지 어딘가로 가버렸더라고.

최근에 구매한 물건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 하나 자랑해줘
어… 사실 내가 물건을 잘 안 사.
신발도 옷도 10년씩 입어.
그래도 굳이 하나 꼽자면…
3년 전에 산 건물 정도?
빚은 많지만 자랑할 만해. 하하하.

물건을 잘 사지 않는 이유가 있어?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되는 것 같아.
사람이든 물건이든
나랑 잘 맞는 무언가를 만나는 게
생각보다 귀하고 어렵다는 걸.

어릴 때는 새로운 걸 많이 시도하고 싶잖아.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것들도 경험하고.
그런데 어느 정도 생각이나 철학, 몸의 방향이 정리되고 나면
그때 비로소 그런 것들을 더 신중하게 보게 되는 것 같아.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새벽 3~4시에 깼을 때.
좋은 음악 틀어놓고 글 쓰는 거 좋아해.

주로 어떤 글을 써?
오늘이랑 어제가 똑같은 하루였더라도
내가 왜 다르게 느꼈는지,
그리고 그 감정이 왜 생겼는지
그런 것들을 많이 써.
피트강이 비행기 안에서 작성한 글
아무 제약이 없다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사실 지금도 웬만한 건 다 하고 있어.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대망』
지금 31권째 읽고 있어.
한 달에 한 권씩 아껴 읽고 있거든.
영웅들의 심리뿐만 아니라
노부나가의 헛간지기 같은 주변 인물의 마음까지 잘 써놨어.
읽다 보면 시대를 넘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그래서 한 장 한 장 진짜 아껴가면서 읽고 있어.

인스타를 보니까 헤어디자이너들의 선생님 같은 느낌이던데
음 그렇지. 교육도 하고 살롱에서도 일해.

일할 때 피트강만의 철학이 있어?
우리 살롱 슬로건이 있어.
“커트는 정갈하게, 스타일링은 자유롭게.”
커트를 잘하면 스타일링이 훨씬 편해지거든.

그리고 요즘은 이런 생각도 해.
사람 일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만약 어떤 작품을 끝내고 집에 가다가 죽더라도
이 작업에 대한 후회는 없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매일을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살려고 해.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4년째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어.
시세이도와 함께하는 프로젝트야.
주로 소수, 그리고 경력자 위주로 수업을 많이 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게 됐어.
제자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고,
매 클래스마다 날 고민하게 만들어. 
흥미로워:) 
"커트는 정갈하게, 스타일링은 자유롭게"
업계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됐어?
연차로… 25년 정도?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
어릴 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어.
대신 책을 좋아했지.
그러다 비달 사순의 『Sorry I Kept You Waiting, Madam』이라는 책을 읽게 됐어.
그 당시 나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었는데,
잠깐. 책 내용 간단히 설명 해줘도 될까?

응. 마음껏, 편하게!
그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
1950~60년대 유럽에서는 여자들이 머리에 핀을 꽂고
헤어 드레싱을 굉장히 많이 하던 시기였어.
그때 비달 사순이 건축의 원리를 헤어에 적용했지.
그 전에는 많은 여성들이
일주일에 세 번, 네 번씩 헤어샵에 가야 했거든.
사실 부자들의 전유물 이었지.
그런데 커트의 시스템을 바꾸면서
한 달에 한두 번만 가도 되는 스타일을 만들었어.

나는 그 부분이 굉장히 좋았어.
진부하게 여자를 예쁘게 꾸며주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집 앞에 있던 큰 살롱에 찾아가 일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영국에 가서 그 세계를 직접 경험하게 됐어.
지금의 피트강을 있게 해준 비달 사순의 『Sorry I Kept You Waiting, Madam』
부담 때문에 일을 망친 적은 없어?
없어. (웃음)
그냥 내 성격인것 같아.
잘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준비를 많이 해.

오늘 인터뷰도 새벽에 깨서 준비했잖아ㅎㅎ
말이 너무 길어지면 너가 정리하기 힘들 것 같아서.

오…세심한 배려에 감동했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준비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긴 해.
그런데 내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라고 느껴지면
애초에 안 하는 편이야.
예를 들어 우리 살롱도
하루에 고객을 딱 다섯 분만 받아.
교육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힘든 순간이 오면 어떻게 풀어?
많이 자.
진짜 잘 자야 해.
몸이 피곤하거나 배고플 때 고민하면
사실 잘 안풀리거든?
그런데 푹 자고 나면
조금 더 차분하게 풀 수 있는 힘이 생겨.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는

결국 다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
문제 안에도 나름의 기능이 있고
결국은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는 편이야.

가장 듣기 좋았던 칭찬은?
 “넌 정말 운이 좋구나.”
살다 보면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이 있잖아.
내가 한 것보다 더 크게 알아줄 때가 있어.
그럴 때
‘내가 운이 좋구나’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아… 이거 좀 어려워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끊어야 할 때 바로 끊을 수 있는 거.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피노누와 와인이 있어.
그걸 매일 마시다 보니까 어느 순간 맛이 없어지더라고.
그래서 더 맛있게 마시려고
200일 동안 끊은 적이 있어.
그리고 다시 마셨는데
정말 맛있더라.

의지가 진짜 대단해! 본인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건 뭐야?
내가 하고 싶은 걸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하는 것.
그래서 돈도 벌고
잠도 많이 자나봐.

10년 후의 피트강이 지금의 피트강에게 한마디 한다면?
10년 후의 나는
지금 네가 꿈꾸는 모습일 거야.
그런데 지금의 너도
언젠가 네가 꿈꾸던 너였어.
인생은 한바탕 잘 놀다 가는 것이니 
잊지말도록.
역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필력이 남달라(웃음)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이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히 나눠줘.
말 이미 너무 많이 했어.
고마워.

글  :  황보라 에디터

bora@wefeel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