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스트
반말 미디어에 찾아온 두 번째 친구
자기소개부터 해볼까.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하고 있는 쿤이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뭐 하는 사람이야? 음… 브랜드에 관한 전반적인 일? 브랜드를 만들고, 관리하고, 디자인하고. 그냥 다 한다고 보면 돼.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잠깐만. 리얼로 말해도 돼?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아… 해장 뭐 하지…” 그 생각부터 했어. 보통은 일어나면 운동 갈 준비해. 운동 좋아해? 아니, 싫어해. 그냥 살려고 하는 거지. 웨이트도 하긴 하는데 무릎이 안 좋아서… 거의 걷기 위주야. 최근에 잘 샀다 싶은 물건이 있어? 최근은 아니고 몇 년 전인데, 차를 바꿨어. 오프로드 되는 캠핑 차로. 어우, 너무 좋아. 그냥 조용한 데 가서 차 세워놓고 누워 있으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리잖아. 차를 바꿔서 좋다기보다, 혼자 생각 정리할 공간이 생긴 느낌이라 좋았어.

혼자 여행도 좋아해? 예전엔 그게 멋있어 보였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 여행까지는 아니고, 일상에서 잠깐 빠져나왔다가 오는 정도. 노지 같은데. 사람 없는 곳을 좋아해. 하루 중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운동할 때. 운동할때 음악을 듣거든? 요즘은 전자음악 듣는데, 키라라 음악 자주 들어. 그거 들으면 다른 소리는 거의 안 들려. 그냥 계속 걷고, 반복하고. 그 단순함이 좋아. 아무 제약이 없다면 지금 뭐 하고 싶어? 여행. 다 그만두고 가고 싶어. 노지는 아니고(웃음). 그냥… 일상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자극이 필요하다는 생각? 공간을 바꾸고 싶어.

최애 작품 하나만 꼽자면? 영화 〈어쩔 수가 없다〉. 생존 이야기이기도 하고, AI 시대 얘기이기도 해. 인간이 되게 이기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나오거든. 그 안에 내 모습도 있는 것 같아서 공감됐어. 미장센도 좋고, 상징을 되게 잘 써. 주인공 직업이 제지사인데 취미가 분재야. 이런 설정들이 재밌어. 미술하는 사람으로서 보면 상징들이 정확히 배치돼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 그리고 독립영화 〈직사각형, 삼각형〉도 좋아해. 친구 이희준 배우가 만든 영화인데, 내가 포스터 작업했어. 가족이 와해됐다가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야. 재밌어.

작품을 보면 고양이랑 곰이 등장하던데, 특별한 의미가 있어? 있지. 20대부터 40대까지 나를 대변하는 일종의 페르소나 들이야. 지금도 사실 모두 공존하고 있긴 해. 고양이는 사랑을 상징해. 모티브는 엄마야. 예전에 숙종이 키우던 고양이 이야기 알지? ‘금손’ 이라는 고양이가 있어. 왕은 외롭잖아. 근데 고양이는 왕이라는 개념이 없어. 그냥 와서 재롱 부리고, 위로가 돼. 나한테도 당시 그런 사랑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시기에 작업으로 풀었어. 곰은 아빠의 이미지야. 고양이처럼 날카롭기보다 푸근한 느낌. 달빛을 받아 노란색이 된 설정이고, 웃는 얼굴이랑 우는 얼굴이 같이 있어. 풍요를 기원하는 존재이기도 해. 그 당시 이런 삶을 원해서 투영해 그린 것 같아. 진행하던 작업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프로젝트가 있었어? 작년에 지드래곤 관련 프로젝트를 했어. 팝업 굿즈랑 브랜딩 작업이었는데, 그게 전환점이었어. 그전에는 작품 만드는 데만 몰두했거든. 고립되는 느낌이 들더라. 근데 그 작업을 하면서 외부랑 연결되는 게 재밌더라. 올해는 그 방향을 더 해보려고. 작업을 하면서 조바심이 났거나 부담감 때문에 일을 망쳤던 경험이 있어? 어. 그런적이 많지.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 기준이 너무 높아. 한 번에 완성하려고 하니까 힘들어. 요즘은 조언을 듣고 단계별로 완성도를 올리려고 해. 힘든 시간들이 찾아올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궁금해 위기상황을 감지하면 방향을 바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끝까지 밀고 가기보단 다른 작업으로 시선을 돌리는거야. 예를들어 페인팅하다가 브랜드 작업하고, 외부 협업하고. 멈춰 있기보단 다른 길을 찾는 편이야.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건? 와이프랑 밥 먹고, 얘기하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조용한 일상. 그게 제일 좋아. 가장 듣기 좋았던 칭찬은? 칭찬에 큰 관심은 없지만… 와이프가 “귀엽다”고 할 때? 스스로 멋있다고 느낄 때는? 마음껏 자랑해도 좋아 작품 하나를 완성했을 때. 완성까지 정말 어렵거든, 사실 짜증나기도 해. 힘이 드니까. 그래도 완성을 다 하면 아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들어. 내 작업은 그린 그림을 다시 조각내서 합치는 과정이거든. 완성작을 보면 “내가 저걸 만들었다고?” 싶어. 그 순간은 좀 자랑스럽지. 10년 후의 쿤이 지금의 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안 자빠지고 여기까지 잘 왔네. 네가 원한 걸 100%는 아니어도 해냈구나.” 그 정도의 격려면 충분할 것 같아.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그냥… 세계관을 만드는 사람인 것 같아. 한 영역에 갇히기보다는, 내가 가진 창의성으로 여러 영역이랑 소통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 지금도 여러 프로젝트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재밌는 거 할 거야. 지켜봐 줘.
글 : 황보라 에디터
bora@wefeel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