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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집은 어디까지 나를 따라오는가

현대미술가 서도호가 공간으로 말하는 기억의 방식

미디어2026. 02. 12
서도호가 반복해서 붙잡아온 질문은 단순하지만 깊다.
“집은 무엇인가.”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그의 작업은 물리적 공간을 다루지만, 실제로는 정체성과 기억을 탐색한다. 반투명한 천으로 재현된 한옥의 구조, 뉴욕 아파트의 복도, 런던의 계단. 실제 크기로 복원된 공간은 단단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숨결에도 흔들릴 듯 가볍다. 그는 집을 지으면서 동시에 해체한다.

[Home Within Home] 연작에서 한 집 안에 또 다른 집이 겹쳐진다. 서로 다른 문화와 시간대가 하나의 구조 안에서 공존한다. 이 겹침은 이주와 이동의 경험을 시각화한다. 공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기억 속에서 계속 이동한다.

그의 작품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거대한 설치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정서는 조용하다. 색은 선명하지만 투명하고, 형태는 구체적이지만 비어 있다. 관객은 작품 안을 걸으며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의식하게 된다. 공간이 곧 질문이 된다.

서도호는 인터뷰에서 자주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언급해왔다. 개인은 집단 안에서 형성되지만, 동시에 집단을 구성하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초기 작업에서 수많은 작은 인체 형상이 하나의 구조를 떠받치던 장면들은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개인을 소외된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연결된 존재로 배치한다.

흥미로운 건, 그가 노스탤지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향을 재현하지만, 그것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기억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불완전하다. 그의 천으로 만든 집은 완벽히 복원된 듯 보이지만, 실체는 비어 있다. 그 비어 있음은 상실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한다.

“집은 물리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기억과 관계의 총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절제와 여백에 가깝다.
작품은 관객에게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을 통과하도록 한다. 관객은 그 안에서 자신의 기억을 불러낸다. 어린 시절의 방, 떠나온 도시, 낯선 곳에서의 첫 밤. 작품은 설명하지 않지만, 경험하게 만든다.

위로는 직접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동과 불안, 소속감의 흔들림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그의 공간 안에서 묘한 안정을 느낀다. 집이 완벽히 고정되어 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 나를 구성하는 것은 한 장소가 아니라, 여러 겹의 기억이라는 사실.

그는 말하지 않는다. “여기가 당신의 집이다”라고.
대신 묻는다. “당신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
그 질문은 각자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지금 서도호를 다시 집중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경계가 끊임없이 이동하는 시대, 물리적·정신적 이주가 일상이 된 시대에 그는 공간을 통해 소속을 묻는다. 국적과 문화, 기억과 현재가 복잡하게 얽힌 지금, 그의 투명한 집은 우리를 멈춰 세운다.

서도호의 작업은 조용하다.
그러나 그 조용함은 단단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사라진 공간을 다시 세우며,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는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집의 의미를 비워두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 빈 공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채워 넣는다.

글  :  미디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