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냐면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창작 연극 '고쳐서 나가는 곳' 공연 중임. 배경은 1970년대 중후반 부산 영도, 주인공은 '깡깡이질' 하던 여성 노동자들. 깡깡이질이 뭐냐면 장기간 항해로 녹슬고 지저분해진 배 표면을 망치로 두드려 벗겨내는 일이야. 폭력 남편 피해 영도로 온 송엽이 이 작업반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동료들 덕에 잃었던 말문을 조금씩 트다가 남편이 다시 나타나자 침묵하게 됨. 결국 여성들끼리 연대해서 송엽이 용기 내 영도를 떠나는 걸로 끝남. 9월 20일까지.
그래서 이게 왜 화제냐면
'깡깡이 아지매'는 실제로 부산 영도 조선소 거리에서 있었던 여성 노동자들이야. 망치 소리가 "깡깡" 난다고 붙은 이름인데, 여성이 밖에서 일하는 걸 곱게 안 보던 시절에 몸으로 부딪혀 가며 배를 고치고 생계를 책임진 사람들이었대. 근데 이 노동, 이 사람들 이름을 정식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 그걸 연극이 정면으로 다루면서, 잊혀진 여성 노동사를 무대 위로 다시 꺼낸 거임. 게다가 가정폭력, 여성 연대라는 주제까지 겹쳐서 "그때도 지금도 여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구했다"는 얘기로 읽힘.
사람들은 여기서 뭘 느끼냐면
"깡깡이 아지매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는 반응이 많을 것 같음. 이름도 낯설고 역사도 낯선데, 막상 들여다보면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얘기라 묘하게 가까움. 말을 잃었다가 동료들 덕분에 다시 찾는 구조라 "결국 사람을 구하는 건 사람"이라는 위로도 있고. 동시에 "이렇게 고된 노동을 한 여성들이 왜 이제야 조명받나" 싶은 아쉬움도 따라올 법함.
한 줄로 말하면
배의 녹을 벗겨내던 여자들이, 반세기 만에 무대 위에서 자기 목소리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