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씁쓸한 엔딩을 맞았다. 방영 전 호기롭게 붙었던 수식어들이 있었다. '화제성 1위 드라마' '300억 원대 대작' '시대의 아이콘 아이유와 변우석 캐스팅' 그 기대감을 안고 시작한 드라마는, 배우와 감독 그리고 작가의 사과 릴레이로 마무리됐다. 아이유와 변우석은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연기에 임한 점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준화 감독은 약 1시간의 인터뷰 내내 "모두 내 탓"이라며 변명 없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늦게, 극본을 쓴 유지원 작가가 "내 불찰,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런 목소리가 나왔다. 배우 캐스팅에는 수억 원을 아낌없이 쓰면서, 정작 드라마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역사 자문이나 고증 비용에는 인색했던 거 아니냐고.


문제가 된 장면들을 짚어보면 이렇다. 이안대군 즉위식 장면에서 신하들이 "만세" 대신 속국이 사용하는 "천세"를 외쳤고, 황제가 착용하는 십이류면류관 대신 제후를 뜻하는 구류면류관이 등장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극 중 인물들이 한국 전통 다도 대신 중국식 다도법을 따르는 장면까지 나왔다.


반면 같은 시기 방영된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시대 강단심에게는 굽이 없는 전통 수혜를, 현대의 신서리에게는 굽이 있는 현대적 꽃신을 신기는 등 의상 하나하나에 섬세한 고증이 담겼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판타지물인데 다른 사극보다 고증이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같은 판타지 장르인데, 결과가 이렇게 다르다. 영화와 드라마는 정말 많은 사람이 본다. 아이들에게도 쉽게 노출된다. 특히 역사적 요소가 담긴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영향력은 더 커진다. 그래서 더 신중했어야 했다. 시청률이 높았던 만큼, 거기에 담긴 내용에도 같은 무게를 뒀어야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