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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배우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2026. 02. 12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 에스엔코 제공
‘박정민 공연, 5분 전 취소’
‘연차까지 썼는데… 박정민 연극 5분 전 취소 논란’
‘지방서 보러 왔는데… 원성에 박정민 공식 사과’

제목만 보면 명확하다.
마치 박정민이 공연 직전 마음을 바꿔 취소라도 한 것처럼.
책임의 화살표는 자연스럽게 한 사람에게 꽂힌다.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기사를 조금만 더 읽어보면 상황은 다르다.
무대 점검 과정에서 조명 장비의 오류가 발견됐고, 복구를 시도했지만 원인 모를 오작동이 계속됐다.
무대 위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 결국 공연은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관객으로서 허탈하고 화가 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연차를 내고, 지방에서 올라오고, 한 달 전부터 달력에 동그라미 쳐둔 날이었을 테니까.
설레는 발걸음으로 극장에 도착했는데
5분 전 취소 공지를 듣는 순간의 허탈함은 분명 컸을 것이다.

무미건조한 안내 탓에 관객들은 잠잠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논란이 커지자
프로덕션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정민 배우 역시 사과문을 올렸다.

추가 회차 편성이라는 대안을 마련한 뒤, 책임을 담은 문장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제야 댓글은 조금 달라졌다.

“역시 박정민은 다르다.”
“대처가 좋다.”

아이러니하다.
잘못이 아닌 상황에서도 결국 수습의 얼굴은 배우가 된다.

이 사건에서 가장 불편했던 건 취소 그 자체가 아니라
제목의 방향이었다.

‘안전 문제’는 사라지고
‘박정민 5분 전 취소’만 남는다.

우리는 제목으로 먼저 분노하고,
그다음에야 상황을 이해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그로성 제목이 클릭을 부른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름을 전면에 세워
오해를 부르는 방식은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박정민 배우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적어도 이번 일은.